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는 ‘레미제라블’과 ‘알라딘’, ‘라이온킹’, ‘시카고’ 같은 뮤지컬이 1년 내내 공연된다. 영국 런던도 뮤지컬의 성지다. 같은 작품이 하루도 쉬지 않고 무대에 올려질 수 있는 것은 복수의 출연팀이 번갈아 가며 활동하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가수나 그룹, 아이돌은 전세계를 도는 강행군을 하며 투어공연 일정을 소화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간을 쪼개 쓴다 해도 1년 365일 공연은 불가능하다. 누가 대신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게 가능한 그룹이 있다. 스웨덴 출신의 남녀 혼성 팝그룹 아바(ABBA)다.

아바는 2021년 5월 26일부터 영국 런던 퀸 엘리자베스 올림픽 파크에서 ‘아바 보야지’(ABBA Voyage) 공연을 시작했다. 2023년 11월까지의 장기 공연이고 기간은 더 연장될 수 있다. 이 공연을 위해 관람객 3,000명이 입장할 수 있는 ‘아바 아레나’(ABBA arena)가 공원에 세워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iEikjzZO2N8

1974년 ‘워터루’로 유로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무대에 등장한 아바는 4억장 이상의 앨범이 팔렸고, 볼보에 이어 한때 스웨덴의 수출 2위를 차지했을 정도의 전설적인 그룹이다. 멤버들은 이제 모두 70대 중반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공연이 가능할까?

비결은 디지털 버추얼(virtual) 콘서트다. 증가현실과 가상의 아바타, 버추얼 휴먼 같은 현대 기술이 총동원돼 4명의 멤버를 1970년대 전성기의 모습으로 재현했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든 회사가 특수효과에 참여했고, 140명의 전문가가 함께했다.

비록 무대에 직접 서지는 않았지만 아바는 공연에 동참했다. 특별 제작한 스튜디오에서 검은 점이 찍힌 타이트한 모션캡처 슈트와 헬멧을 착용한 채 160대의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하며 자신들의 아바타를 만들었다. 아바타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옷이 반짝이거나 흔들릴 만큼 정교했다. 관람객은 가상의 무대를 의식하지 못한 채 1시간 30분의 공연을 즐겼다.

이런 형태의 공연이 아바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홀로그램으로 부활해 셀린 디옹과 듀엣 무대를 펼쳤고, 2014년에는 마이클 잭슨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2016년 김광석에 이어 신해철, 유재하 등 세상을 떠난 가수들이 아바타로 다시 태어나 관객을 만났다. 하지만 모두 단발성 이벤트 무대였다.

장기 공연을 하는 ‘아바 보야지’의 티켓은 좌석에 따라 21파운드(약 3만2천원)에서 143파운드(약 21만 8천원)까지 네 종류가 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예약을 받는다. 아바롤 보기 위해 런던에 간다. 비아고고(Viagogo)를 통해 한국어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아바의 디지털 상시 공연은 5년을 준비했다. 투자된 자금은 무려 1억 4천만 달러(약 1,767억원)나 된다. 3백만명 정도가 관람해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고 한다. 이 아바타 공연은 엔터테이너 업계가 새 사업 모델에 진입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세상을 떠난 유명 가수들의 디지털 복원 공연이 여러 차례 있었다. 대체로 이벤트성 행사에 그쳤다. 기술의 완성도만 아니라 본인의 승인 여부 등 윤리적 문제와 저작권 논쟁 등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아바의 디지털 콘서트는 일단 이것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바타도 일종의 딥페이크 기술이다. 악용 가능성이 상존한다. 아바의 멤버인 비요른 울바에우스(Björn Ulvaeus)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을 지적했다. 자신들이 이 분야의 개척자이지만 “실제와 구분할 수 없는 딥페이크는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할 부분”이리고 강조했다. 영화, 뮤지컬에 이어 아바타 공연으로 아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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