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한 통을 쓰는 데 물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당신의 입술은 바싹 말라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정작 갈증을 느끼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그 이메일을 대신 써주는 인공지능 쪽일지도 모릅니다.

ACM, 즉 미국컴퓨팅학회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간 규모의 ChatGPT 요청 하나에는 약 500ml의 물이 소비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간 규모의 요청이란 800단어 정도를 입력하고, 300단어 미만의 응답을 받는 정도입니다. 책상 위에 놓인 생수 한 병 분량입니다. 우리가 AI에게 이메일 초안을 부탁하거나, 회의록을 정리해 달라고 하거나, 아이의 숙제를 도와달라고 할 때마다 어딘가의 데이터 센터에서는 그만큼의 물이 증발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숫자가 GPT-3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몇 세대 전 모델입니다. 기술은 더 정교해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2030년까지 데이터 센터 구축에만 5조 2천억 달러를 쏟아부을 예정입니다. 2023년 기준으로 구글 소유의 데이터 센터 한 곳이 자체 냉각을 위해 소비한 담수만 230억 리터가 넘습니다. 욕조로 따지면 수억 개입니다. 어떤 숫자를 가져다 대도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겠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을 아끼라고 가르칩니다. 양치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라고, 샤워는 짧게 하라고, 밥그릇에 물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말합니다. 지구의 70%가 물로 덮여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3%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과학 시간에 배우고, 절약이 미덕이라는 것을 윤리 시간에 배웁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숙제를 하다가 AI에게 에세이 주제를 물어보는 순간 혹은 장난으로 대화를 하는 순간들,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쳐온 그 절약의 논리는 어디서부터 작동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아이를 나무라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문제는 훨씬 구조적인 곳에 있습니다. 플라스틱 빨대 하나를 거부하는 개인의 실천이 의미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AI가 소비하는 자원의 규모는 이미 개인의 선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에 들어섰다는 뜻입니다. 10억 명이 매일 AI를 사용하는 세계에서, 당신 혼자 ChatGPT를 끊는 것은 강물을 한 손으로 막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냥 손을 놓아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이 교육의 문제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AI의 물 소비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충격입니다.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다른 하나는 체념입니다. “알아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이 두 반응 사이 어딘가에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과,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게 하는 것은 다릅니다. 전자는 도구의 사용법이고, 후자는 세계를 읽는 능력입니다. AI가 이메일 한 통을 대신 써줄 때 어딘가에서 물 한 병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왜, 어떤 구조 속에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환경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기술과 자원과 인간의 선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는 눈을 키우는 일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AI를 쓰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AI를 마음껏 쓰라는 것도 아닙니다. AI를 쓸 때 무엇이 함께 소비되는지를 물을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우는 것입니다. 그 질문 하나가 생수 한 병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사실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미국에서 새로 들어서는 AI 시설의 3분의 2가 극심한 가뭄을 겪은 지역에 위치한다고 합니다. 텍사스 한 주에서만 2040년까지 데이터 센터가 전체 물 사용량의 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목마른 땅 위에, 가장 많은 물을 쓰는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아이러니는 때로 가장 선명한 가르침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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