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법학 교수를 이겼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판정을 내린 것도 법학 교수들이었습니다.

2026년 6월, 스탠퍼드 로스쿨의 줄리안 나르코Julian Nyarko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한 편이 법학교육계를 흔들고 있습니다. 논문의 제목부터 도발적입니다. Law Professors Prefer AI Over Peer Answers, 우리말로 옮기면 「법학 교수들은 동료 교수보다 AI의 답변을 선호한다」입니다.

실험은 이렇게 진행됐습니다. 미국 14개 주요 로스쿨의 계약법 교수 16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교재를 사용하는 교수들이었습니다. 먼저 연구팀은 수업이 끝난 뒤 학생들이 교수 연구실을 찾아와 물을 법한 현실적인 질문 40개를 공동으로 만들었습니다. 이후 각 교수는 자신이 맡은 질문에 대해 직접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답변 분량은 평균 약 90단어였습니다.

그다음 연구팀은 구글의 제미나이 2.5 프로와 NotebookLM에 동일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후 교수들은 답변 작성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블라인드’ 상태에서 약 3,000쌍의 답변을 비교 평가했습니다.

결과는 연구자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AI는 전체 비교 평가의 75%에서 인간 교수의 답변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AI 시스템은 연구에 참여한 교수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인간 교수와 동등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더 주목할 만한 수치도 있습니다. 교수들이 AI 답변을 ‘교육적으로 해롭다’고 표시한 비율은 3.5%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동료 교수의 답변에 대해서는 12%가 같은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연구 책임자의 반응은 솔직했습니다. “결과의 규모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것들은 명확한 정답이 있는 단순한 질문들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연구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AI 평가 연구 대부분이 ‘정답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왔기 때문입니다. 나르코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법학을 택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법학은 단순한 사실 암기가 아니라 판단력, 섬세한 추론, 모호성을 다루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공동 저자인 예일대 로스쿨의 사라 상가Sarath Sanga 교수도 이렇게 설명합니다. “법학에서는 대립하는 두 주장이 모두 훌륭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AI가 그런 방식의 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중요한 발걸음입니다.”

물론 이 연구를 단순히 “AI가 교수를 이겼다”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소비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연구의 절반만 읽는 일입니다.

실험의 맥락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계약법이라는 한 분야, 학생 질문에 대한 짧은 튜터링 답변, 그리고 16명이라는 제한된 표본이 전부입니다. 이 결과만으로 법학교육 전체를 대표하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연구팀 역시 이 한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실험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AI의 답변을 더 낫다고 평가한 사람이 외부 관찰자가 아니라 바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현직 법학 교수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인간 전문가가 만들어내는 더 나은 논리’라는 오래된 확신이 흔들리고 있는 셈입니다.

스탠퍼드는 이전에도 AI의 법적 환각, 즉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지어내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법률 분야에서 AI의 신뢰성 문제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AI의 법적 추론 능력과 신뢰성 사이의 간극이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법학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한국의 교육 현장에도 직접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로스쿨, 각종 전문직 시험 준비, 그리고 더 넓게는 대학 강의실 전체가 이 질문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교수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정보를 전달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생각하는 방식을 길러주는 것입니까. AI가 정보 전달과 짧은 설명의 영역에서 인간 교수를 능가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우리는 교육이 얼마나 ‘생각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그 질문은 법학만의 것이 아닙니다. AI가 던진 진짜 질문은 “교수보다 AI가 나은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AI가 잘하는 일을 교수도 계속해야 하는가”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한국 교육 역시 더 이상 오래 침묵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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