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에 빼앗긴 학생들의 주의력을 되찾겠다” — 교재는 종이로, 필기는 손으로
미국 컬럼비아 대학이 학부 필수 교양과정인 ‘코어 커리큘럼(Core Curriculum)’의 대표 강좌 두 곳에서 휴대폰·노트북·태블릿 사용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대상은 고전 문학을 읽는 ‘문학 인문학(Literature Humanities)’과 서구 사상사의 원전을 다루는 ‘현대 문명(Contemporary Civilization)’의 모든 분반입니다.
두 강좌의 주임교수인 니콜라스 데임스Nicholas Dames와 마커스 폴크Marcus Folch는 9월 초 동료 강사들에게 이 방침을 알렸고, 10월 1일 교내 매체에 기고문을 실어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번 조치를 컬럼비아 한 학교의 규칙을 넘어 “고등교육 전체를 위한 선례”로 제시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다
두 교수는 이번 금지가 최근에 나온 발상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컬럼비아 칼리지는 수년에 걸쳐 디지털 기술과 생성형 AI가 학내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왔습니다.
직접적인 출발점은 2026년 초입니다. 조지프 소렛Josef Sorett컬럼비아 칼리지 학장이 ‘인공지능과 코어 커리큘럼’을 주제로 교수 워킹그룹을 꾸렸고, 이 위원회는 보고서를 내면서 코어 강의실의 네트워크 연결 기기 사용을 줄이라고 권고했습니다.
현장의 체감도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두 교수는 네트워크 기기가 퍼지면서 강의실의 공동 지적 교류가 점점 무너져 가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고 적었습니다. 이번 발표 이전에도 여러 코어 강사가 비슷한 규칙을 이미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었고, “화면이 끼치는 해악”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개별 강사의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코어 강의실 전체에 일관된 원칙을 세울 때가 됐다고 보았습니다.
강의실에서 무엇이 달라지나
이제 수업에서 읽는 모든 텍스트는 종이책이어야 하고, 필기는 손으로 해야 합니다. 두 교수는 기기가 수업 중에 실제로 어떻게 쓰였는지를 가감 없이 나열합니다. SNS 피드 훑어보기, 쇼핑, 둠스크롤링, 다른 과목 과제 풀기처럼 필기가 아닌 모든 용도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얼핏 간과하기 쉬운 항목도 있습니다. 플라톤과 칸트를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에서 내려받은 불법 복제본과 조악한 번역으로 읽는 관행도 끝내겠다는 것입니다. 두 교수는 강사가 사실상 전 세계와 학생의 주의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학생들이 무릎 위 화면을 몰래 두드리는 광경을 묘사하며, 그런 장면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모든 규칙이 결국 말하는 바는 하나라고 두 사람은 정리합니다. 학생은 그 순간에, 마음과 몸으로, 그리고 서로를 위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 금지하는가: 대학의 사명, 연구, 그리고 원전
두 교수가 내세우는 첫 번째 근거는 대학의 사명입니다. 대학이 사회와 정치에 하는 가장 중요한 기여 가운데 하나는, 역사·철학·문학의 탐구 도구로 과거를 이해하고 인간 조건을 붙들어온 중요한 시도들을 평가할 줄 아는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시민이 자기 시대도 더 잘 이해한다는 것이죠. 코어는 100년 넘게 이 비전을 실천해 왔고, 두 사람은 스스로를 그 교육의 조건을 지키는 수호자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연구입니다. 기고문에 따르면 학생들은 화면으로 배울 때 덜 배운다는 연구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으며, 두 교수는 강의실에 화면이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수업 경험이 나빠진다고 봅니다. 인지심리학 연구도 인용합니다. 디지털 텍스트로 읽으면 글에 몰입하는 능력이 줄고, 그 결과 정서적 몰입도와 이후의 회상력이 함께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다만 기고문은 구체적인 연구명이나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세 번째는 이 강좌들 고유의 목적입니다. 두 교수는 디지털 기기로 읽는 일이 코어가 기르려는 인지 습관, 곧 언어에 대한 지속적 주의와 타인의 말을 듣는 능력을 방해할 뿐 아니라 수업의 지적 목표 자체를 가로막는다고 봅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복잡하며 도전적인 원전과 ‘직접, 매개 없이’ 만나는 특권을 누립니다. 그런데 네트워크 기기는 학생의 주의를 놓고 다투며 “대신 생각해 주겠다고 나서는” 목소리들의 합창을 더한다는 것입니다.
그 소음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을 채워 줄 답을 찾기도, 텍스트의 목소리나 서로의 말을 듣기도 어렵고, 수동성과 고립에 맞서기는 더욱 어렵다고 두 교수는 진단합니다. 새 정책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자기 정신, 동료, 강사, 그리고 수업 한가운데 놓인 텍스트만을 자원 삼아 스스로 생각할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더 나은, 더 창의적인 사상가가 되고 자신과 타인의 가치를 더 분명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두 교수가 인정한 과제들
두 교수는 어떤 정책도 어려움 없이 시행되지는 않는다고 인정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장애 학생을 위한 편의 제공이라고 밝혔습니다.
화면 없는 수업은 가르치는 방식의 변화도 요구합니다. 블루북(미국 대학의 수기 답안지)이나 구술시험처럼 오래된 방식을 되살리는 경우도 있고, 새롭게 고안해야 할 방식도 있을 것입니다. AI가 대신 생각하고 논증하고 써 주겠다고 약속하는 시대에, 학생들이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논증하고 쓰게 하려면 강의실 안팎의 과제를 다시 상상하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코어만의 일이 아니라 대학의 다른 부문들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발밑의 지적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격손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7년 역사의 코어 커리큘럼을 현대의 기술 시대로 이어가겠다는 목표는 지키되, 필요하면 접근 방식은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고문은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해 세미나 경험의 가치를 지켜내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끝납니다.
배경: 컬럼비아의 코어 커리큘럼
코어 커리큘럼은 컬럼비아 칼리지의 모든 학부생이 전공과 관계없이 이수하는 공통 교양과정으로, 1919년 시작돼 올해로 107년을 맞았습니다. 소수의 학생이 강사와 함께 원전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 형식이 핵심입니다.
‘문학 인문학(흔히 Lit Hum)’은 호메로스에서 현대에 이르는 서구 문학의 고전을, ‘현대 문명(흔히 CC)’은 플라톤과 칸트 등 정치·도덕·사회 사상의 원전을 다룹니다. 두 강좌 모두 대개 1·2학년이 1년에 걸쳐 수강하는 코어의 상징적 과목입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