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 엘리자베스턴 고등학교의 사회학 교사 알렉스 캠벨은 2017년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너희가 지금까지 들었던 수업 중 가장 어려운 수업이 될 거야.” 그가 낸 과제는 30년 넘게 미제로 남아 있던 연쇄살인 사건, 이른바 “레드헤드 살인사건”을 학생들이 직접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이 교과서 뒤편에 있지 않은 문제, 심지어 FBI도 아직 풀지 못한 문제였습니다.

학생들은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FBI 프로파일러를 찾아냈고, 피해자의 가족을 인터뷰했고, 수십 년 된 수사 기록으로 타임라인을 재구성했고, 새로운 피해자를 특정해냈습니다. 이 과정은 2024년 팟캐스트로, 이후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 Murder 101로 이어졌습니다. 캠벨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 이유를 “쉬워서”가 아니라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처음부터 드러냈고, 그것이 오히려 몰입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이 사례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학교 안에 들어온 지 4년이 지난 지금, 미국 교육계에서는 캠벨의 프로젝트가 하나의 답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AI가 에세이를 쓰고 방정식을 풀고 소설을 요약해주는 시대에, 학생들에게 실제로 몰입을 요구할 수 있는 과제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말입니다.

AI는 문제를 만든 것이 아니라 드러냈을 뿐입니다

버지니아대학교의 크리스 헐먼 교수는 20년 넘게 학생 동기를 연구해온 학자입니다. 그는 학교가 오랫동안 표준화시험 점수라는 효율성 지표를 최우선에 두어 왔고, 그 결과 “흥미롭지 않은 시스템”을 반복해서 만들어왔다고 지적합니다. AI는 이 구조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형식적으로라도 거쳐야 했던 과정—읽고, 요약하고, 초안을 쓰는—을 건너뛸 수 있게 함으로써 그 구조의 공허함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콜로라도의 수학 교사 딜런 케인은 이를 상수도 비유로 설명합니다. 상수도는 사람들을 물 긷는 노동에서 해방시켰지만, 동시에 그 노동이 제공하던 일상적 운동량도 함께 없앴습니다. 그는 AI가 인지적 노력을 훨씬 더 큰 규모로 자동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플린 효과—지난 수십 년간 세계 지능지수가 상승해온 현상—가 역전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사람들이 더 멍청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세대를 관통하는 현상입니다.”

이 진단이 정확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단이 가리키는 방향, 즉 학교가 학생에게 무엇을 요구해왔는가라는 질문은 한국 교육에도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한국은 오히려 미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훨씬 더 촘촘하게 표준화된 평가 체제를 구축해왔습니다. 문제는 이 체제가 학생에게 요구해온 것이 애초에 “이해”였는가, 아니면 “이해한 것처럼 보이는 절차”였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가짜 문제는 학생이 먼저 알아봅니다

캠벨은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말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가짜를 2초 안에 알아봅니다.” 교사가 “이건 중요한 문제야”라고 말해도, 학생들은 “아니요, 답이 이미 책 뒤에 있잖아요. 누군가 이미 풀었잖아요”라고 반박한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단순한 교육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 평가라는 제도 자체의 정당성에 관한 문제를 건드립니다. 한국의 많은 시험과 과제는 정답이 이미 정해져 있고, 채점자가 그 정답과의 일치 여부만 확인하면 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런 설계는 채점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답이 이미 존재하고 검증 가능한 문제일수록, 그것을 AI에게 넘기는 데 대한 학생의 윤리적 저항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답이 정해진 문제를 학생이 직접 풀어야 할 이유를, 우리는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해왔을까요.

물론 여기에는 반론이 있습니다. 기초 지식과 반복 훈련 없이는 캠벨의 학생들이 보여준 것과 같은 고차원적 탐구도 불가능하다는 반론입니다. 실제로 캠벨 자신도 학생들을 곧바로 복잡한 사건 속으로 던져넣지 않았습니다. “사다리를 놓아준다”는 그의 표현처럼, 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일부터 시작해 서서히 프로파일링과 지리적 분석까지 단계를 밟아 올라가게 했습니다. 즉 그의 프로젝트가 성립하려면 그 이전에 학생들이 갖춘 최소한의 읽기, 쓰기, 조사 능력이 전제되어야 했습니다. 어려운 진짜 문제를 던지는 일과 기초를 다지는 반복 학습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순서가 있는 보완재일 가능성이 큽니다.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성실성 문제로 되돌리지 않기

브루킹스 연구소의 레베카 윈스럽은 AI가 도래하기 전부터 학교 교육이 이미 “매우 거래적인” 과정으로 변질되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학생들은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적을 얻기 위해 학교에 다닌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고, 오하이오주립대학교의 에릭 앤더만 교수는 이런 거래적 프레임이 강화될수록 부정행위가 늘고, 반대로 숙달과 학습 자체가 강조될수록 부정행위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AI 부정행위를 개별 학생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축소하는 태도입니다. 학생들 스스로도 이 갈등을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이 AI로 과제를 “해킹”하는 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동급생들이 이미 다 쓰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정직하게 하면 손해를 본다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 속에 놓여 있습니다. 벤 라일리의 표현을 빌리면, 학생들은 “호구가 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이 딜레마를 개인의 윤리 교육만으로 풀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애초에 이 딜레마를 만든 평가 구조에 면죄부를 주는 일입니다.

캠벨의 프로젝트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딜레마 자체를 무력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 AI에게 넘겨도 대신 풀어줄 수 없는 문제 앞에서는 “남들도 다 AI를 쓰는데 나만 손해 본다”는 계산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AI 시대의 평가 개혁은 학생의 양심에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애초에 그 양심을 시험대에 올리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남는 질문들

그러나 이 결론에 안주하기도 어렵습니다. 캠벨의 프로젝트를 전국의 모든 교실에서 재현할 수 있는가라는 현실적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미제 살인사건이나 항공 인증 드론 프로젝트처럼 극적인 소재는 모든 학교, 모든 교과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울카 조시 한센이 지적하듯, 진짜 걸림돌은 교육 방법론이 아니라 여전히 종이 위 표준화시험에 고정되어 있는 책무성 체계입니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수학을 안다고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캠벨 같은 시도가 아무리 성공적이어도 예외적 사례로만 남을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 교육이 마주한 질문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시와 수능이라는 표준화된 채점 체제 위에서, 정답이 없는 탐구형 평가를 어떻게 공정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캠벨의 이야기에 감탄하는 데 그치고 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학생들이 AI를 쓴다는 사실이 아니라, 학생들이 AI를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진짜인 문제를, 우리 스스로 아직 하나도 준비해두지 못했다는 사실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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