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뷰 AI(Clearview AI)는 타임(TIME)이 선정한 ‘2021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기업’에 이름이 올라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이 유일하다. 2017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이 회사가 불과 4년만에 세계 Top 100에 오른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얼굴인식 솔루션 덕분이다.

타임 캡처

2019년 미국 수사당국은 아동 성학대 영상을 입수했지만 유일한 단서인 흐릿한 남자 얼굴만으로 범인을 찾기 어려웠다. 이때 클리어뷰 AI는 자체 데이터에 있는 특정 사진 속 뒷배경에 찍힌 인물을 찾아내 35년 징역형을 받게 했다. 2021년 1월 미국 대선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에 의해 의사당이 점거되는 초유의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클리어뷰 AI는 영상 속 얼굴 사진으로 난입자들의 신원을 밝혀냈다.

클리어뷰 AI 홈페이지, 뒤 배경 인물이 범인

클리어뷰 AI는 법 집행기관이 믿고 사용한다며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공공의 안전을 도모하고, 정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홍보한다. 실제로 2020년 기준으로 600여개의 법 집행기관과 3,100여개의 기업이 클리어뷰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리어뷰 AI의 얼굴인식 기술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막강한 데이터 덕분이다. 100억장 이상의 얼굴 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FBI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인물의 사진이나 영상만 있으면 클리어뷰 AI만의 알고리즘을 적용해 그가 누구이고, 어디서 살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하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클리어뷰 AI는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다. 100%를 담보할 수 없는 기술의 불완전성이나 인종 차별과 편견의 개입 가능성,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 수단화 우려 등 얼굴인식 기술이 안고 있는 근본적 문제와 더불어 데이터 수집 과정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보 감독 기구인 CNIL은 최근 클리어뷰 AI가 EU의 개인보호 법령인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위반했다며 프랑스 시민과 관련된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아무리 인터넷에 공개된 것이라 하더라도 본인의 허락없이 개인의 이미지를 대거 수집해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클리어뷰 AI가 짧은 기간에 천문학적 숫자의 얼굴 사진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덕분이다. 뉴스 미디어와 웹, 유투브,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 사진을 쉽게 수집할 수 있었다. 개인이 스스로 올린 공개 사진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지만 CNIL은 그렇다고 자신의 얼굴 사진을 특정 회사의 특정 알고리즘에 이용되는 것까지 허락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크리어뷰 AI 홈페이지 캡처

이에 앞서 호주정보청(OAIC)도 클리어뷰 AI에 호주 국민과 관련된 정보 수집을 중단하고 자료를 파기하라고 명령했다. 클리어뷰 AI의 정보 수집이 부당하고 선을 넘은 일이며, 개인에게 중대한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영국은 사전 고지없이 사진을 수집했다며 개인정보 침해를 들어 2,26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클리어뷰 AI의 정보 수집은 구글과의 설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구글이 수집한 사진의 삭제와 유투브 영상 스크랩 중단을 요구하자 클리어뷰 AI는 구글 검색을 활용한 것뿐이고, 구글도 모든 웹사이트 정보를 끌어온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유투브 약관에 사람을 식별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렇게 논란이 커지고 법적 분쟁이 늘고 있지만 클리어뷰 AI는 미국에서 특허 취득을 앞두고 있다. 대규모 인터넷 데이터를 이용한 첫 얼굴인식 특허라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미국 내에서도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지만 특허 취득과 이 기술을 사용하는 미국 법 집행기관들의 신뢰와 감싸기로 입지가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다.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의 힘은 데이터에 기반한다. 데이터가 힘이 되고,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세상이다. 그 데이터가 범법자를 찾아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런 데이터의 원천이 공개인 개인정보에 의한 것이라는 게 클리어뷰 AI 논란의 핵심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인쇄하기

이전
다음
3+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