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명을 이룬 발명품 가운데 그 활용도가 급속히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는 것 가운데 드론을 빼놓을 수 없다. 사진과 영상 촬영, 교통 단속과 예측, 농약 살포, 물건 배달, 실종자 수색, 화재 진압과 구조, 산업 안전 점검에 코로나 방역까지 그 쓰임새가 무한대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드론은 당초 군사용으로 개발되었고, 지금도 드론의 80% 정도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정찰 목적에서 비롯된 군사용 드론은 1990년대 이후 미국이 폭격용으로 사용하면서 파괴와 인명 살상용 전쟁 무기로 변신했다. 9.11 테러 이후 전쟁 양상이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 형태로 바뀌면서 드론의 역할은 더 커졌다. 핵심 시설 파괴나 특정 인물의 제거에 드론은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되었다. 정규군은 물론 반정부 무장단체나 테러조직까지 드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2020년 1월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사건은 군 지휘부를 콕 찍어 제거하는 전쟁 무기 드론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이때 미국이 동원한 드론이 MQ-9 리퍼(Reaper)다. 길이 11m, 날개 20m로 공대지 미사일과 유도 폭탄 등으로 완전 무장한 채 14시간을 날 수 있다. 작전 반경은 5,926km다. 물론 지상 통제 센터에서 원격으로 조정된다.

중국의 스탤스 드론 GJ-11

이 같이 공격 기능이 있는 전투용 드론을 UCAV(Unmanned combat aerial vehicle)라고 한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첨단 UCAV를 개발하거나 기존 전투기를 드론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2019년 건군 70주년 기념 퍼레이드에서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드론 GJ-11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러시아도 스텔스 전투 드론 SU-70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미국도 2019년에 스텔스 드론 전투기 XQ-58 발키리(Valkyrie)의 시험 비행을 실시했다.

보잉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로열 윙맨(Loyal Wingman)이라는 UCAV를 제작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전투용 드론이다. 안전성과 독자적 비행 능력을 더욱 높였고, 지상에서 드론의 작동을 컨트롤 하는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 했다. 정찰기나 전투기, 폭격기는 물론 호위기 역할까지 할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에 먼저 실전 배치되고, 미 공군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잉의 로열 윙맨

미 국방성의 통합 인공지능 센터(Joint Artificial Intelligence Center)는 내년 7월 인공지능을 장착한 드론 전투기의 공개를 예고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종과 사양은 알려지지 않았다. AI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드론 전투기와 인간 조종사가 모는 전투기와의 대결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미 공군은 AI 무인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인 ‘스카이보그(Skyborg)’를 발표했다. 2023년까지 자율주행 무인 전투기 시제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성공적으로 쏘아 올려 공상을 현실로 입증한 일론 머스크는 올해 초 “전투기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드론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하늘에서의 전쟁은 조종사가 타고 있는 전투기끼리의 대결이 아니라 자율로 움직이는 드론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미 그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 무기 드론은 무인 전투기로 진화하고 있다. 내부 공간에 조종석이 필요 없는 이 무인 전투기는 더 많은 공간에 더 가볍게 더 많은 무기를 실을 수 있다. 조종사를 육성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도 줄일 수 있다. 국지전이나 전면전, 폭격과 암살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전투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탑건 같은 파일럿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상의 자율 주행 자동차와는 달리 인간의 원격 조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히 독자적 판단으로 비행하며 전쟁을 치르는 전투 드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이 개입하는 매뉴얼을 최소로 줄이고 있지만 인공지능에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더라도 윤리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비행과 자율전투의 간극은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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