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을 두렵게 여기는 경향이 많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본 인간 위에 군림하는 로봇의 모습이 깊게 각인되어 있는데다, 현실에서도 공장을 박차고 나온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차례로 접수하며 달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AI 로봇의 확산에 따라 기본소득제가 논의되고 있고, 권리와 의무 주체로서 인격체의 부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윤리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인공지능을 다른 측면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불가능이 없을 정도로 빠르고 대량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가공할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인간의 창의성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인공지능이 모든 분야에 다양하게 진출해 수많은 일을 해내지만 오랜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는 통찰력,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사람의 판단이나 결정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이다.

기계나 신기술이 일자리를 빼앗고 대량 실업사태를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근거로 보스턴대학의 제임스 베센(James Bessen) 교수는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utomatic Teller’s Machine)를 거론한다. 50년 전 미국에 처음 등장한 ATM은 은행의 출납 직원만이 돈을 내줄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은행원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ATM이 무수히 늘어났지만 은행창구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은행은 대부와 담보대출, 신용카드 등으로 새로운 업무를 늘려갔고 더 많은 인력을 고용했다. 그 이전에 방직 기계의 등장 역시 업무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벤센 교수의 주장은 큰 틀에서 인공지능 시대도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일자리에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이 산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장 우리가 더욱 고민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IT 기술에 의한 정보통신 혁명은 기존의 다른 산업 분야와 접목해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지속적인 저성장 기조에 빠졌고, 생산성은 정체되었다. 인공지능 역시 미래를 향한 걱정에 비해 활용의 의지와 노력은 여전히 빈약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람의 창의력이나 합리적 판단 능력은 대체로 인공지능이 따라잡기 힘든 영역으로 생각한다.  이런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인공지능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반드시 인간이 이런 일을 더 잘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글로벌 3D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데스크 (Autodesk)’ 연구팀은 2014년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경주용 자동차의 뼈대를 디자인했는데 놀랍게도 그 구조는 비대칭이었고, 인간의 두개골 같은 모습이었다. 차체의 어느 한 쪽에 더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비대칭 구조가 보다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인간 디자이너들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지만 누구도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다.

2012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진영의 TV 광고는 부동표를 잡아 재선에 성공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런데 인기 프로그램의 황금 시간대 광고가 아니었다. 선거 관계자들은 당연히 시청자가 몰리는 시간에 광고를 넣고자 했지만 인공지능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심야 재방송 프로그램의 광고를 원했다. ‘설득이 가능하고’, 투표장에 나갈 수 있는’ 유권자에 초점을 맞춘 AI 알고리즘의 치밀하고 세심한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MIT Sloan School of Management)의 앤드류 맥아피(Andrew McAfee) 교수와 에릭 브리뇰프슨(Erik Brynjolfsson) 교수는 생산성이 늘지 않고 인간이 더 큰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인공지능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AI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간의 오만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두 교수는 함께 펴낸 책 ‘기계, 플랫폼, 군중 : 디지털 미래의 고삐 풀어주기(Machine, Platform, Crowd : Harnessing Our Digital Future)’에서 인공지능은 스마트할 뿐만 아니라 창의성도 갖추었다고 주장한다. 퀴즈쇼에서 인간을 제압해 유명해진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은 암을 진단하는 의사가 되기도 하고, 독창적인 메뉴를 스스로 개발하는 요리사 역할도 한다.

두 교수는 사람의 판단이 인공지능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경계한다.  ‘최고 경영진의 결정(highest paid person’s opinions)’이 예감이나 직감, 편견에 사로 잡혀 이루어질 때가 많고, 이것은 종종 조직의 가치를 파괴하거나 그릇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회사의 예산을 잘 운용할 수 있고, 나이나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보다 훌륭한 인재를 뽑을 수 있으며, 획기적인 영업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늘 인간과 대비되어 인식된다. 하지만 누구도 인공지능의 미래를 확연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 분명한 것은 인간과 평화로운 공존 상대가 되어야 하고,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시야를 넓히는 훈련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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