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나 항공사가 얼굴인식 시스템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은 여권이나 신분증이 필요 없을 만큼 사람 얼굴을 실시간으로 알아보는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은 바꿔치기 하거나 위조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안을 강화하는 안성맞춤의 수단이다.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와 시간이 대폭 줄어들어 여행객들에게 보다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뿐 아니라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거둘 수 있다.

2017년 6월부터 미국의 저가 항공사인 ‘제트블루항공(JetBlue Airways)’을 이용해 보스톤의 로간(Logan) 국제공항에서 네덜란드 영토인 카리브해의 섬 아루바(Aruba)로 가는 여행객들은 여권을 소지하지 않아도 되고, 탑승권을 제시할 필요도 없다. 단지 비행기를 타기 전에 신발상자 크기의 카메라 앞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승객의 얼굴 사진이 찍히고, 이 사진은 데이터베이스(DB)의 개인 정보와 대조하는 확인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탑승 승인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불과 5,6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미국만이 아니다. 영국의 ‘브리티시항공(British Airways)’도 런던 히드로 공항에 이미 안면인식 시스템을 설치했고, 네덜란드 ‘KLM항공’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2017년 10월에 도쿄 하네다 공항에 얼굴인식 시스템을 설치한 뒤 2018년부터 주요 공항의 출입국 심사 과정에 이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천공항도 자동 출입국 심사에 얼굴인식과 지문인식 기술을 동시에 활용한다.

AI 딥러닝으로 정확도를 더욱 높인 얼굴인식 기능은 공항에서 얼굴이 곧 신분증인 시대를 열었다.하지만 인권 활동가들은 그 이면에 숨겨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제트블루항공’의 얼굴인식 시스템은 독자적인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다. 신분 확인을 위해 찍힌 사진은 ‘미국 세관 국경 보호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에 제공돼 대조작업이 이루어진다.

<제트블루(JetBlue)사의 얼굴인식 시스템>

항공사측은 승객의 편의를 위해 자발적으로 얼굴인식 기술을 도입했다고 주장하지만 외국인들을 추적할 수 있는 생체 인식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미 정부당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관 국경 보호국’은 공항에서 찍힌 미국인 탑승객들의 사진은 확인 절차가 끝나면 삭제한다고 말하면서도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들의 사진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거쳐가는 모든 외국인이 자칫 잠재적 범죄 용의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9.11 테러 이후 공항이나 항만, 국경지대에서 미국의 보안 수준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최근 잦은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인공지능은 사람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개인적 생체 특징을 족집게처럼 잡아낼 수 있다. 이름이나 은행 계좌는 바꿀 수 있어도 얼굴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 오류 가능성이 거의 없는 얼굴인식 기능은 머지않아 모든 공항의 필수 보안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틀란타와 뉴욕, 워싱턴 DC 공항에서도 얼굴인식 기능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보안 강화는 필연적으로 개인 정보 침해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하는 얼굴인식 시스템은 더더욱 그렇다. 이런 데이터 정보를 한 곳에 모으고 관리하는 것은 정부에 빅브라더 같은 강력한 통제권을 갖게 만들 수 있다. 보안이 아닌 정당하지 않은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항만이 아니라 거리 곳곳에 그물망처럼 퍼져있는 카메라는 얼굴인식 시스템과 더불어 실시간 감시사회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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