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의 방향과 미래를 현실로 보여주는 세계 IT 가전 전시회 CES는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언론의 조명이 쏟아진다. 2020년 CES는 161개국 4,500개 회사가 참여했다. AI의 확산과 더불어 업종간 영역이 무너진 상황에서 수많은 제품과 프로젝트를 새롭게 선보였고, 비주류였던 섹스 토이(sex toy) 산업을 무대로 끌어 올렸다.

놀랍고 이색적인 이들 제품들은 과연 우리의 생활 속에 뿌리를 내리고 미래 생활을 앞당길 수 있을까? 미국의 기술 미디어 웹사이트인 CNET은 막을 내린 CES 2020을 정리하면서 이런 기술의 흐름을 5대 트렌드로 압축 했다. 생활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임파서블 포크’(Impossible Pork)

스탠포드 대학 생화학과 교수가 설립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임파서블 푸드는 고기를 대체한 ‘임퍼서블 버거’로 이미 CES 2019에서 주목을 받았다. ‘임파서블 버거’(Impossible burgers)는 현재 미국의 버거킹 매장을 비롯해 홍콩, 싱가폴 등 1만 7천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임파서블 푸드는 2020년 CES에서 식물성 돼지고기인 ‘임파서블 포크’를 선보였다.

임파서블 푸드 홈페이지 캡처

‘임파서블 포크’는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지만 돼지고기의 식감과 맛을 내는데다 맛과 영양까지 갖춰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임파서블 포크’를 주재료로 돈까스와 미트볼, 딤섬, 볶음면, 춘권 등을 만들어 시식회도 열었다.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를 끈 임퍼서블 버거와 더불어 대체 육류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과 건강 등의 이유로 채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기 맛을 내는 식물성 대체육은 훌륭한 대안이다. 더구나 가축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 배출량 14.5%를 줄일 수 있다. 2050년까지 9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인구의 먹거리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전세계 돼지고기의 3분의 1을 소비하는 아시아 지역의 거대한 시장이 열리고, 돼지고기를 금하는 이슬람교의 할람 식품 기준에도 부합한다.

2. 토요타의 ‘우븐 시티’(woven city)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도시 생활 속에서 유발되는 교통과 환경, 주거 문제 등을 해결하고, 각종 비효율성을 제거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스마트 시티는 세계 여러 도시들이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 토요타가 후지산 근처에 건설하는 ‘우븐 시티’는 자사의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다. 자동차의 틀에서 벗어나는 토요타의 미래이기도 하다.

통상 도시는 자동차와 대중 교통 수단을 고려해 계획되고 만들어진다. 토요타의 ‘우븐 시티’는 이런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AI와 로봇, 스마트 홈, 수소 연료를 이용한 자율 주행차,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개인 이동 장치 등 사람의 운전이 필요 없는 도시를 지향한다. 단지 첨단 기술의 실험장이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개발된다.
후지산 근처 옛 공장터에 175 에이커, 여의도 면적의 4분 1 정도 크기로 세워지는 토요타의 스마트 시티는 토요타의 직원과 가족 2,000명의 보금자리로 내년부터 작업이 시작된다. 구글도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구글의 자회사를 통해 캐나다 토론토의 동쪽 지역에 ‘퀘이사이드’라는 스마트 시티 건설에 첨단 기술과 자체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정보 활용과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최근에 규모가 축소되었다.

3. 건강 측정 센서의 확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병원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제는 첨단 센서 기기를 이용해 스스로 확인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CES 2020은 이런 추세가 가속화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헬스 케어 회사들이 앞다퉈 새로운 기기를 선보이며 가파른 성장을 예고했다.

프랑스의 ‘위딩스 스캔워치’(Withings ScanWatch)는 하이브리드 스마트 손목 시계다. 우리 돈으로 30만원 정도인 이 시계는 다양한 건강 정보를 알려준다. 심박 센서, 심전도(ECG) 센서, 산소포화도 센서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수면 상태를 분석해 무호흡증을 찾아낸다. 역시 스마트 워치 형태의 러시의 ‘고비3’(GoBe3)은 칼로리 섭취량을 자동으로 추적하고,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 미국의 발렌셀(Valencell)은 고혈압을 측정하는 이어폰을 선보였고, 난독증을 해결하는 스마트 글래스 같은 기구도 나왔다.

위딩스 스캔워치

물론 자신의 건강을 퍼스널 센서에만 맡기는 데는 아직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기를 통해 몸 상태의 상시 확인이 가능하고 질병 예방에 획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10년이나 20년쯤 지나 센서 기기를 통해 건강 데이터가 쌓이면 누구라도 쉽게 건강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4. 접는 노트북 시대

2019년 한 해가 폴더블폰으로 뜨거웠다면 2020년은 접어지는 폴더블 노트북의 각축장이 될 전망이다. 컴퓨터는 지금까지 스마트폰과 패블릿, 태블릿, 노트북, PC 등 다양한 영역이 존재했다. 하지만 접는 노트북의 등장으로 이제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2020 CES는 접는 노트북 시대를 예고하는 제품들이 등장했다. .

레노버는 ‘씽크패드 X1 폴드’(ThinkPad X1 Fold)라는 제품으로 세계 최초의 폴더블을 기록했다. 화면을 펼치면 완전 평면이 되어 태블릿 PC처럼 쓸 수 있고, 접으면 노트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텔의 ‘호스슈 밴드’(Horseshoe Bend)는 본래 17인치 태블릿이지만 스탠드와 키보드를 부착하면 올인원 컴퓨터가 되고, 접으면 12.5인치 노트북으로 변신한다. 델은 접는 대신 화면을 두 개 이어 붙이는 모델을 선보였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삼성전자도 올해 폴더블 노트북 경쟁 대열에 가세할 계획이다.

인텔의 호스슈 밴드

5. 버튼 없는 기기, 터치의 새로운 적용

기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버튼과 같은 물리적인 도구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미국의 울트라센스(UltraSense)와 센톤스(Sentons)는 플라스틱이나 금속, 나무 등 어떤 물체든 그 표면에 음파를 이용해 터치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응용 기술을 CES 2020에 선보였다. 둘 다 방식은 비슷하다.

가장 먼저 버튼 없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예상된다. 음파 기술을 이용해 전화기의 특정 면에 가상 버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지점을 길게 누르면 전원 버튼이 활성화 되고, 손가락을 위로 밀거나 내리면 볼륨을 조정할 수 있으며, 전화기를 꽉 쥐면 셀피 모드로 바꿀 수 있다. 손가락을 전화기 뒤로 돌려 움직이면 커서를 움직이는 스크롤 휠 기능이 작동한다. 이런 음파 터치 기술은 스마트만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의 핸들이나 창문, 여러 다양한 기기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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