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늘은 혼자 왔어요.

이른 아침, 여성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지난주 손님이 많은 때 찾았던 손님. 낯이 익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저는 많이 분주했습니다.
저의 아침 일과는 화초들에게 물 주기, 청소하기 등 일상적인 일과
교보와 온라인 등 서점에서 들어온 책 주문 넣기(출판사 업무),
도매상에 책 주문하기(서점 업무) 등입니다.
이런 일을 하느라 아침에 두 시간 정도는 후딱 지나갑니다.

저 오늘은 샌드위치 만들어주세요.
일전에는 단체 손님이 있어서 부득이 커피밖에 내놓을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샌드위치도 만들고,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그분께 웨지우드 홍차와 함께 내놓았습니다.

제가 심장이 너무 뛰어서 죽을 것만 같았어요.
제가 뭐 하는 사람처럼 보이세요?
월요일 오전, 당연히 전업주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십수 년을 고등학교 교사로 지냈다고 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며느리 등.
귀한 딸로 잘 자란 그녀는 눈 뜨면 아이들을 챙겨서 유치원으로 보내고
출근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출근,
침대에 눕는 그 시간까지 달렸습니다.
힘들다, 힘들다. 아, 죽을 것만 같아.
아무도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너만 그런 게 아냐.
선생님만 그런 게 아녜요.
다 그러고 살아.
우리 때는 더 했어.
나도 힘들어.

여성은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습니다.
학기 초 학생들을 면담하는데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한 아이들의 중압감, 자유롭지 못한 영혼,
그 아픔이 그의 온몸으로 들러붙었습니다.
그는 더 아팠습니다.
어느 날부터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마구마구 뛰는 심장은 그러다 갑자기 멈출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학생들을 보기가 겁났습니다.
학교에도 말을 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아무도 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다가 어느 날 내 심장은 멈출 것 같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자기 평가표에 썼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평가표에 쓰다니.
결국 추석 연휴를 앞두고 휴직계를 낼 수 있었습니다.
비로소 한 가지 일에서 놓여났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서 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어린 두 아이의 엄마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므로
밥을 해서 아이들을 먹여야 하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야 하며,
아이들과 놀아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합니다.
그는 다시 용기를 냈습니다.
혼자 떠난 템플스테이.
온전히 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밤이 되자 사방은 고요한데 다시 심장이 뛰었습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아이들은 잘 있을까. 남편은….

이야기를 듣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점심때가 훌쩍 지났는데도 배고픈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책 한 권을 건넸습니다.
<퇴근은 없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써달라는 말에 ‘꼭 쉬세요’라고 썼습니다.

<퇴근은 없습니다>는 ‘오늘도 쉴 수 없는 독박 육아’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일을 하는 여성이든, 일을 하지 않는 여성이든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나 혼자만 지고 있는 짐이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그래 이렇게 해보자, 조금 용기를 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일하는 엄마로 종종거리며 살아왔던 터라 책 내용에 백번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그 여성이 이 책을 읽고 힘을 내길 바랍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차츰 늘려 독서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러면서 더 젊었을 그 아름다운 시절의 마음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건강한 얼굴로 다시 찾아오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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