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전기차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시절은 지났다.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모두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었고, 군소 업체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자동차와 무관한 것으로 보이던 글로벌 IT 기업들도 전기차 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지구 온난화와 탄소 배출 문제로 지구촌이 몸살을 앓으면서 시장의 관심과 흐름이 친환경 차로 바뀌었다. 기존 내연기관 차와는 달리 배터리로 움직이는 전기차는 제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다. 더불어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의 접목이 더해진 까닭이다.

현대와 기아는 전기차로 입지를 굳혔다. 수출 규모만 따지면 독일, 미국, 중국에 이어 한국이 지난해 세계 4위를 차지했다. 현대의 아이오닉5는 토요타로 상징되는 자동차 절대 강국 일본에서 2022년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되었다. 한국 차로서는 처음, 내연차로 못하던 것을 전기차로 이루었다.

아이오닉5

중국은 전기차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상위 브랜드 20개 가운데 중국 브랜드만 12개일 정도로 전기차 업체가 많다. 이 가운데 비야디(BYD)의 상승세가 무섭다. 올해 상반기에 테슬라를 제치고 중국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그 여세를 몰아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테슬라의 독주 체제는 내리막길이 보인다. 중국에서 선두 자리를 내주었고, 텃밭인 미국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 1/4분기에 76%에 이르던 점유율이 11월에는 60%로 내려앉았다. 다급해진 테슬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할인 공세에 나섰다. 현대와 기아가 뒤를 쫓고 있고, 전통의 포드와 폭스바겐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모델Y

전기차 경쟁에 무명의 업체도 뛰어들었다. 베트남 토종 기업 빈패스트(VinFast)가 만든 중형 SUV 전기차 VF8 999대를 실은 배가 지난달 말 미국 시장으로 떠났다. 이보다 상위급인 VF9 모델과 더불어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빈패스트가 완성차를 만들기 시작한 게 불과 5년 전, 하지만 내연차를 완전히 접고 전기차에만 집중하겠다고 한다. 존재감이 없던 후발 주자는 반값 전기차에 승부를 걸었다. 빈패스트의 VF8은 4만 7천 달러로 테슬라 모델Y의 절반 가격이다.

빈패스트 전기차

빈패스트 전기차는 일반 판매 외에 배터리 구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터리 없이 차를 싸게 살 수 있고, 고객이 월 구독료를 지불하면 빈패스트가 배터리 수리, 유지 보수, 교체 비용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VF8의 배터리 구독료는 월 169달러(22만원)다. 차량 보증은 10년 20만km이며, 다양한 AI 기술도 탑재되어 있다.

대만의 전자제품 위탁 생산업체 폭스콘은 지난해 전기차 SUV와 버스를 선보인데 이어 올해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공장을 인수했다. 인도의 완성차 업체 타타모터스는 저가의 전기차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터키도 정부 주도로 여러 기업이 협력해 첫 전기차 SUV를 공개하며 내년 3월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기차는 춘추전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첨단의 기술과 고급화 전략, 가성비와 실용성을 추구하는 후발의 도전 사이에서 자동차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 흐름은 노동 현장의 위기와 맞닿아 있다. 로봇과 자동화로 전기차의 생산 인력은 내연차의 10~20%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존 완성차 업체는 덩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고, 신규 업체는 시장 진입이 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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