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애플리케이션 사용 정보 추적을 규제하는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새롭게 적용하기로 했다. 애플에 이어 나온 조치다. 그 여파는 광고시장에 직격탄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사용자 정보 추적을 통한 맞춤형 광고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신생 IT업체들이 ‘구글이 되지 말자(Don’t be Google)’는 구호로 결집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기술을 멋대로 사용하지 않고 스스로 경계하자는 의미의 구글 모토였던 ‘악마가 되지 말자(Don’t be evil)’를 빗댄 표현이다. 구글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며 이에 역행하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이들이 표적으로 삼은 것은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로, 구글에서 제공하는 무료 웹 분석 툴이다. 구글의 고유한 통계 및 머신러닝 기술로 사이트 및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방문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의 실적이나 웹사이트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구글 애널리틱스 홈페이지 캡처

어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했는지, 어떤 경로를 통해 방문했는지, 웹사이트에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흔적을 분석한 자료가 방문자들의 행동 데이터다. 세계적인 웹 기술 조사업체인 W3Techs에 따르면 전체 웹사이트 절반 이상이 구글 애널리틱스를 사용하고 있고, 80%가 넘는 점유율로 트래픽 분석도구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15년 미 국가안보국(NSA, National Security Agency)의 IT 전문가였던 에드워드 스노우는 CIA 등 정보기관들이 대테러 활동의 필요성을 내세워 구글과 페이스북 등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정보를 무차별 수집했다고 폭로했다. 이는 웹 사이트를 통해 개인정보가 얼마나 쉽게 노출되는 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유럽에서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2018년부터 EU 27개국에 적용되는 개인정보 보호법, GDPR이 발효되었다. 프랑스는 최근 GDPR에 근거해 구글이 개인 데이터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것은 불법임을 분명히 했다. 적절한 보호장치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신생 IT업체들의 웹 분석은 구글 애널리스틱과 방식을 달리한다. 개인정보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쿠키(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적으로 만들어지는 임시 파일)를 사용하여 사용자를 추적하지 않고 훨씬 더 간단한 데이터 배열을 제공한다.

마토모(Matomo)가 대표적이다. 구글 애널릭스틱스를 대신할 수 있는 웹 분석도구다. 구글은 웹 사이트의 개인정보를 소유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만 마모트 애널리틱스는 결코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넘어가지 않는다며 100% 안전을 강조한다.

마토모 홈페이지 캡처

Plausible Analytics, Fathom Analytics, Fair Analytic 등의 신생 IT업체들 역시 마토모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에 최적화된 웹 분석 툴이라는 사실을 홍보한다. 이들은 구글이 웹 분석을 위한 좋은 도구를 만들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 지, 무엇이 좋고 나쁜 지 방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철옹성을 구축한 구글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처럼 보인다. 2007년에 창업해 오래전부터 서비스를 해 온 마토모의 시장 점유율은 1% 정도에 머문다. 거대한 수익 기반으로 무료로 제공되는 구글 애널리틱스와는 달리 이들의 서비스는 유료라는 약점이 존재한다.

구글의 앱 추적 사용 정보 추적 규제 방침이나 개인정보 보호에 기반한 웹 사이트 분석은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거대 기술기업에 의한 무소불위의 독점적 행태나 효율성을 내세운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추적은 시대를 역행하고, 민주주의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구글처럼 되지 말자’는 그 시사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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