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서 ‘샤이 진보’라는 말이 나왔다. 여당 후보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응집을 기대하며 쓴 용어다. 선거에서 ‘샤이 보수’라는 표현은 있었지만 ‘샤이 진보’는 처음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여론조사로 줄곧 뒤지던 트럼프가 승리를 거둬 파란이 일었다. 본심을 드러내지 않던 ‘샤이 트럼프’ 숨은 지지자들이 있었다.

인종차별적 발언과 소수자에 대해 막말을 해대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들이 상당수 있었지만 차별주의자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성향을 밝히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선거에서 ‘샤이’가 붙는 유권자는 이중 심리를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지지후보가 있지만 사회 분위기와 자신의 평판을 의식해 이를 자랑스럽게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은 선거를 좌우한다. 표심을 가를 유권자의 향방이 여론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수치로 보여주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조사 기법이나 문항 등이 민감한 영향을 미쳐 오차가 있지만 일회성이 아닌 추세를 보면 대체적인 여론의 향배를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지만 정확한 예측은 숨은 표를 계산해 반영할 수 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역량에 달려 있다. 박빙의 승부일수록 그렇다.

만능이 되어버린 인공지능은 선거 여론조사에서도 활용된다. KT와 한국갤럽은 최근 ‘AI 컨택센터 공동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설문을 AI가 담당함으로써 여론조사가 보다 효율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침묵의 ‘샤이 지지층’까지 밝혀내는 게 진짜 실력이다.

익스퍼트AI(Expert.ai)는 전통적인 여론조사 방식이 아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 ‘감정 분석’(sentiment analysis)이라는 AI 기술을 활용해 SNS에서 유권자들의 의중을 파악한다. 여론조사를 의식하지 않는 소셜 미디어의 분위기가 실제 여론에 더욱 가깝다는 것이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익스퍼트AI 홈페이지 캡처

익스퍼트AI는 수십만 개의 소셜 미디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유권자들이 선거와 관련해 어떤 의견을 주고받는지,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중점적으로 분석해 선거 결과를 내다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이런 예측에 따라 선거 캠프가 전략의 방향을 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어드밴스 심볼릭스(Advanced Symbolics)의 AI 시스템 ‘폴리 폴스터’(Polly Pollster)도 SNS를 기반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분석한다. 2016년 미국 대선과 2019년 캐나다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맞췄다. AI는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읽고, 어떤 것에 노출되어 있으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세세하게 파악한다. 자신이 찍을 후보가 누군지 밝히지 않아도 AI는 의중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어드밴스 심볼릭스 홈페이지 캡처

물론 이런 식의 여론조사가 아직 주류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연령과 지역에 따른 모집단을 형성해 전화를 걸거나 ARS로 응답을 얻는 게 일반적이다. AI가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의향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완책이 나오기 마련이고, 앞으로 AI가 여론의 향배를 분석하는 데도 중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샤이’ 유권자의 표심이 더 이상 공백으로 남아있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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