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드론을 활용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한국 경찰은 2020년 6월부터 본격적으로 드론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실종자 수색이나 테러, 재난 등의 경우로 그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당시에 드론을 띄웠다. 고속도로 드론 단속은 도로공사가 한다. 그럼에도 드론이 앞으로 치안 업무 상당 부분을 맡게 될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뉴욕타임즈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 있는 인구 27만의 소도시 출라 비스타(Chula Vista)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지역 경찰은 2년 전 미국에서 처음으로 ‘Drone as First Responder’라는 드론 시스템을 도입했다. 911(한국의 119)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의 출동 버튼으로 드론이 즉각 현장으로 날아간다.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5건 정도의 드론 긴급 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 지금까지 4,100회가 넘는 활동을 벌였다. 경찰서 옥상을 비롯한 2곳에 드론 발사대가 있고, 도시 전 지역의 3분의 1을 커버한다. 현재의 드론 시스템으로 긴급 전화의 70% 정도를 소화하는 출라 비스타 경찰은 연방 항공 당국에 3번째 드론 발사대 추가 설치를 신청했다.

미국의 지역 경찰이 이미 오래전부터 드론을 활용했지만 출라 비스타의 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수동으로 이루어지는 매우 단순한 구조였다. 순찰차에 드론을 싣고 다니거나 범죄 현장으로 가져가 용의자나 증거를 찾는 용도로 쓰였다. 하지만 경찰의 새로운 드론 시스템은 AI를 접목했고,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을 도입했다.

출라 비스타 드론 시스템의 실제 상황은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주차장의 도난 차량에서 총과 마약 가방을 든 용의자가 문을 열고 나와 달아난다. 경찰차가 추적하지만 인파와 건물 속으로 들어가 한계에 부딪친다. 하지만 드론은 모든 것을 포착한다. 총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마약 가방을 숨기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용의자가 상가 건물 뒷문으로 들어가 앞문으로 나오는 것을 상공을 맴돌며 생생하게 전달하다. 용의자는 체포되고, 경찰은 버튼을 눌러 드론의 복귀를 명한다.

인공지능과 최신의 기술을 접목한 드론은 경찰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역량을 가지고 있다. 특정 차량과 인물을 건물이나 장애물의 방해를 받지 않고 따라가며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 경찰의 이런 드론 시스템이 미국의 다른 도시들로 서서히 확산하고 있다. 경찰 헬기가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은 이제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드론은 요즘 말로 하면 가성비 캡이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줄일 수 있다.

경찰의 AI 드론 시스템은 하지만 극복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바로 인권 문제다. 이미 거리 곳곳에 깔린 CCTV에 더해 이제 하늘에서 모두를 지켜보는 드론 시스템이 범인 추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이 노출되고, 이게 데이터로 쌓일 수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드론은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감시용으로 활용된 바 있다.

시장에는 이미 반려동물처럼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드론이 출시돼 취미용으로 팔리고 있다. 이런 기술이 역이용되면 인권을 침해하게 된다. 출라 비스타 경찰은 드론 영상은 승인을 받아야만 공개적인 증거로 인정받는다고 말한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 같은 시위에도 드론의 활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프랑스에서 보안법 반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경찰의 얼굴이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담긴 사진과 영상의 인터넷 게재를 금지하는 보안법 조항이 논란을 촉발했고, 경찰이 드론으로 시위 집회 현장을 촬영하고, 얼굴인식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한 것도 문제를 키웠다. 경찰의 드론 활용 확대는 역작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이것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안전 장치 부착이 경찰 드론을 대세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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