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세브란스병원과 KAIST 공동 연구진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tic Spectrum Disorder, ASD) 아동의 뇌영상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딥러닝deep learning 모델을 개발하였다(더리포트, 2020. 8. 28 기사). 이 연구를 통해 자폐의 하위 증상과 심각도(severity)에 따라 뇌영상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연구의 의미를 “자폐의 개별 맞춤형 진단과 예후의 예측 가능성” 그리고“복잡한 질병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의 인공지능 활용”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조기진단, 조기교육이 중요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동에게 있어서 빠른 진단은 그만큼 예후가 좋아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증상과 심각성을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국내에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딥러닝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내 장애인 84건의 MRI(자기공명영상) 자료만으로는 예측 정확도가 높은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제컨소시엄으로 구축된 1000여 건의 빅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던 점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기사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안 되어 있지만 위에서 말한 국제컨소시엄은 Autism Brain Imaging Data Exchange(ABIDE)인 것 같다. ABIDE는 전 세계에 걸쳐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뇌영상 자료를 수집하여 연구용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ABIDE의 자료를 활용하여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용 딥러닝 개발을 연구한 다른 사례도 있다. ABIDE 사이트에 접속하면 1,112명의 뇌영상 사진을 살펴볼 수 있다. 자폐 관련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데이터베이스에는 UCI가 있다. UCI는 기계학습을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데 이 중에는 자폐와 관련된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자폐 관련 자료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앱(ASD tests)도 있다. 이 앱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과 행동에 관한 정보를 전 세계적으로 수집하여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의 낮은 신뢰도로 인해 임상적 판단을 내리는 데 사용하기에는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p298)를 받고 있다.

자폐에 관한 데이터를 공적으로 활용하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자료를 수집하여 공적인 목적으로 공개⋅사용한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익으로 환원된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인공지능 기술 경쟁의 시대에 빅데이터 역시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겠지만 적어도 의료 및 복지에 관한 데이터만큼은 공익을 위해서라는 조건 내에서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그 전에 정보의 공개 및 공적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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