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공지능은 의학계의 최대 관심사이다. 인공지능이 사람 의사가 판단하기 어려운 질병 발생 가능성 및 초기 증상을 발견해서 실시간으로 약을 처방해준다면? 사람 의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질병의 원인을 찾아 치료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면? 오늘 기지과인의 주인공은 영상을 입력하면 판독을 거쳐 진단을 해주는 의학 영상 판독 인공지능 쥬어이셩(啄医生)이다.

쥬어이셩의 탄생 배경은 “삼장일단(三长一短)”에 있다. 삼장(三长)은 긴 접수 대기시간, 진료 대기시간, 결제 대기시간이고 일단(一短)은 짧은 진료시간을 대조시킨 말로 중국인들의 불만이 잘 드러나 있다. 중국 병원을 가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만약 CT, MRI까지 찍는다면 기다림의 시간은 곱절로 늘어난다.

쥬어이셩은 X-ray, CT, MRI 등 다양한 방사선 이미지를 판독할 수 있다. 머신러닝 인공지능 분류 학습에 쓰이는 컨벌루션뉴럴네트워크(CNN, 이미지 식별 인공 신경망)를 사용하기에 200~600장까지 분할되는 방사선 이미지 도면 분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미지를 3D화하여 정밀함을 더했다.

쥬어이셩의 설계자 청궈화(程国华)의 말에 따르면 쥬어이셩은 15년차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실력에 버금간다. 중요한 것은 쥬어이셩은 환자가 천 명이든, 만 명이든 피로함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료 인공지능이 사람 의사와 달리 흐트러짐 없이 신속한 진료가 가능한 이유이다.

기봉적수(棋逢敌手)

이번 대결은 단판 승부로 15명의 베테랑 의료진이 한 팀을 이루어 쥬어이셩과 대결했다. 대결 주제는 국제 심혈관 CT 학회 중국 지부 주석인 양리(杨立) 교수가 선별한 30개의 폐 CT 사진을 보고 질병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다. 폐는 갈비뼈와 다른 장기들로 덮여 있어서 다른 신체 기관들보다 CT 판단이 어려운 기관이다. 예를 들어, 10mm의 작은 결절은 맨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양 교수가 가져온 CT 사진 중에는 쉽게 혼동할 수 있는 사진 두 장도 포함되어 대결의 난이도가 상당하다.

대결 시작과 동시에 쥬어이셩은 빠른 속도로 CT 사진을 판독했다. 의료진 팀 역시 15명이라는 수적 우세 덕분에 뒤처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쥬어이셩의 강점이 돋보인다. 사람 의사 몇 명은 안경을 고쳐 쓰기도, 미간을 찌푸리기도, 눈을 비비기도 하면서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반면, 쥬어이셩은 일정한 속도로 묵묵히 판독을 이어갈 따름이다.

쥬어이셩의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과 정신력이냐, 베테랑 의사들의 20년 관록이냐? 양측 모두 30장 중 10장의 CT 사진에서 질병이 보인다고 판단했고, 정확히 맞혔다. 이로써 대결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넘어섰다(机智过人)도 아니고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못하다(技不如人)도 아닌 무승부로 끝이 났다.

반신반의(半信半疑)

CT 사진 판독은 사람 의사들의 세심하고 정확한 관찰력을 요구한다. 거듭된 CT 사진 판독을 거치다 보면 아무리 베테랑 의사라 할지라도 체력과 정신상 판독의 정확성이 감소한다. 현재 의료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이미 90~95%로 더욱 향상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의료 인공지능의 판단이 사람 의사보다 정확하지 않을까? 사람 의사보다도 의료 인공지능을 믿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인공지능에게 사람의 생명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것이 옳은 지에 관한 대답은 쉽지않다. <드래곤 아이> 팀 구성원들도 많은 논의를 했지만 일치된 의견을 찾기 어려웠다. 지금은 하나의 답을 찾는 것 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펼쳐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칼럼은 팀원 각자의 생각을 밝히는 것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독자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이기 위해 짧은 설문지를 마련했다. 아래 ‘설문 참여하기’를 클릭하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

»설문 참여하기

이종화– 새벽 응급실에 환자들이 급하게 병원을 찾았다가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은 시급하지만 당장에 숙련된 의사들보다는 레지던트 의사 선생님들이 배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확도가 높아진 인공지능이 위급상황 시에는 사람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확률이 높다. 그에 맞는 수술과 처방은 의사가 진행해야겠지만 시간을 줄이고 사람의 판단력이 저하될 소지가 있는 환경 속에서 인공지능이 함께 배치된다면 더 나은 진료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지선– 의료 인공지능은 너무 멋진 의료 보조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꼭 의료 인공지능과 사람 의사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의료 인공지능을 ‘보조 의사’로서 사용하는 ‘의료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한 최첨단 병원’이라는 광고 글이 올라온다면 나는 아마도 그 병원을 선택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발걸음이 돌팔이 의사나 실력이 부족한 의사들에게 위기감을 안겨줄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규– 의료 인공지능의 탄생은 의사의 효율을 높여준다고 했다. 여기서 궁금한 건 환자 한 명에 대한 진료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보려 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쥬어이셩이 진짜 사람 의사와 똑같은 역할을 해야만 효율이 올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위 설문지에서 나는 의료 인공지능의 질병 확인의 정확도가 95% 이상이라고 해도 무슨 병을 진단받았다면 사람 의사를 다시 한 번 찾아갈 것이라고 선택했는데 과연 나만 그런 것일까?

전용욱– 높은 수준의 검사 정확률은 의료 인공지능의 대중화에 필연적인 요소다. 그러나 진정한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인공지능과 잦은 접촉이 있음에도 인공지능은 아직 사람만큼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어떤 과정이든 간에 사람이 개입되어야 마음이 놓일 것이다. 위의 설문에서도 보다시피 우리는 선뜻 인공지능을 선택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누가 봐도 뛰어난 능력인데 과연 무엇이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일까?

황준혁– 사람은 질병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그런데 사람 의사의 개입 없는 의료 인공지능의 진단을 신뢰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사람 의사를 더 신뢰하지 않을까? 이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을 아직도 의심하는 뒤떨어진 사고방식을 가진 걸까? 아니,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이다. 의료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 인공지능이 최고의 “명의”가 된다면? 이에 사람들이 지치지 않는 체력, 흐트러지지 않는 정신력 및 신속한 판단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에게 자발적으로 몰려든다면? 사람 의사보다도 의료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몸을 더 맡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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