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쓴 시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을까? 이번 에피소드는 인공지능 샤오빙(小冰)과 인간이 정해진 주제로 시를 짓고 그 작품성을 평가 받는다.

샤오빙은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지사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으로 2014년에 처음 출시되었다. <햇살, 잃어버린 유리창>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정식 출간하면서 시인으로 등단(?) 하였다. 샤오빙이 시만 짓는 것은 아니다. 텐센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큐큐(QQ)에 챗봇으로 사람들과 대화한다.

샤오빙은 현대시를 주로 쓰고 있다. 519명의 현대 시인 작품 만여 편을 학습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시를 창작해낸다. 최근에는 사진을 보고 시를 지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과 이미지가 담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을 쓰고 있다.

샤오빙의 대결 상대는 따이웨이나(戴维娜), 리텐이(李天意), 왕즈과(王子瓜)라는 청년 시인 3명으로 모두 중국 현대 시의 고수들이다. 출제자로는 날카롭고 신랄한 논평 스타일로 유명한 작가이자 평론가인 스항(史航)을 초빙했다.

스항은 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상상력’과 ‘호소력’이라며 이 둘을 비교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결 방식은 샤오빙과 청년 시인 3명이 모두 같은 주제로 시를 작성하고 그것을 임의의 순서로 제시하고, 48명의 관객들이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득표수가 가장 적은 작품이 탈락하게 된다.

화중유시(画中有诗)

첫 번째 대결의 주제는 바로 상상력이다. 사진을 보고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다. 패널들은 각자가 사진을 제시했고, 그 중에 싸베이닝의 물을 흘린 종이에 남은 젖은 자국 사진이 선택되었다. 샤오빙은 대결 시작 10초도 되지 않아 순식간에 시 한 수를 지어냈고, 시인들은 고뇌했다. 작품들은 투표를 통해 가장 적은 9표를 얻은 왕즈과가 탈락했다.

곧이어 호소력을 두고 두 번째 대결이 진행되었다. 제시된 사진은 패널 중 한명이 아이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샤오빙은 이번에도 짧은 시간에 과제를 완성했고, 패널 선택에서 16표를 얻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고, ‘인공지능이 사람을 넘어섰다(机智过人)’ 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사진을 제시한 패널은 최적 득표를 한 리티엔이의 시에 더 감동했다는 것이다.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감동이 각자의 경험과 주관에 따라 다를 수 있어서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래 세 작품 중에서 샤오빙의 것과 리티엔이의 것을 찾아보자.

첫 번째 작품이 샤오빙의 것이고 두 번째가 리티엔이가 쓴 시이다.

백낙일고(伯乐一顾)

패널 싸베이닝은 샤오빙의 시가 16표를 받은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관객들에게 정말 샤오빙이 쓴 것을 알아보지 못하겠냐고 물었다. 그에 반해 커제(柯洁)는 대결결과에 놀라지 않았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쓴 것 같은 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쓴 시를 하나의 창작 작품으로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드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창의성은 사람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을 주고 있고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예술성이 있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경매에 나와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그림의 저작권을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샤오빙과 인간의 시 대결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창의력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지, 아름다움은 무엇인지… 우리는 이런 질문에 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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