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면 모든 여행객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겉옷을 벗어야 하고, 주머니 안의 소지품을 모두 꺼내야 하며, 가방에 든 노트북을 분리해야 하는 보안 검색을 의무적으로 통과해야 한다. 신발을 벗어야 할 때도 있고, 전신 몸수색을 당할 때도 있다. 미국의 9.11 테러 이후 공항의 보안 검색은 더욱 강화돼 비행기 출발 몇시간 전부터 공항에 나와 길게 줄을 서서 이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행기 납치 사건이 자주 발생하던 1970년대부터 보안 검색이 본격화하기 시작했지만 금속 탐지기나 엑스레이 검사 같은 보안 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보안 요원이 일일이 지켜보는 이런 시스템은 승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모습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BBC와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 등 외신은 첨단 기술이 공항의 모습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카디프 대학(Cardiff University) 연구진은 시퀘스팀(Sequestim)이라는 업체와 협력해 ‘워크쓰루 보안 스캐닝(walk-through security scanning)’이라는 새로운 검색 기술을 개발했다. 달 보다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100w 정도의 전구 불빛을 찾을 수 있는 천체 관측 적외선 카메라를 공항에 맞게 적용했다. 검색대를 따로 설치하지 않더라도 이 적외선 카메라가 설치된 지역을 지나가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승객의 모든 것을 훓검색할 수 있다. 옷을 벗지 않아도 되고, 주머니를 열지 않아도 된다. 그냥 지나가기만 하면 신체나 옷 속에 감춰진 위험 요인을 알아서 찾아낸다.

시퀘스팀 홈페이지 캡처

이 적외선 카메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었다. 승객들의 몸이나 옷, 가방에 소지하고 있는 물건들이 여행이나 생활에 필요한 일상적인 물품인지, 아니면 위험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물건인지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 판단한다. 개발 업체는 기존의 보안 시스템이 한 시간에 승객 150명을 검색했다면 새로운 시스템은 한 시간에 천 명이 가능하며 2021년까지 공항에 배치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대 8m 전방에서 승객들을 검색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영하 273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해 그에 따른 비용이 수반된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 굳이 신발을 벗지 않아도 되는 기술도 나왔다. 스캐나(Scanna)라는 업체가 개발한 신발 스캐너는 전극 센서를 이용해 승객의 신발을 정밀 분석한다. 신발 속에 무기나 위험 물질을 감추었다면 이것을 간파해 보안 요원에게 전달한다. 불과 몇 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개발 업체는 올해 안에 시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발물로 변할 수 있는 전자제품이나 액체 물질의 기내 반입은 매우 까다롭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 가방을 열어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더럼대학(Durham university) 연구진은 이런 불편을 없애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다. 가령 엑스레이 검색에서 인공지능이 가방 속 노트북의 이미지가 정상적인 모습인지 아니면 내부 변형이나 특정한 물체가 삽입되었는지 파악한다.

기내 반입 물품의 재질이 무엇인 지 분석하는 스캐너도 있다. 런던대학 연구진이 개발중인 이 휴대용 스캐너가 기존의 엑스레이 검색과 다른 점은 가방 속에 들어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이 물품이 어떤 재질로 구성되었지 분석이 가능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한다는 것이다. 항공기 탑승은 누구나 불편을 당연시 하고 감수해야만 하는 일로 여겼다. 첨단 기술은 그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한 길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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