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두 가지 조건과 절차를 충족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인공지능의 평가잣대를 통과해야 한다. 사람을 대신해 인공지능이 직원을 뽑는 추세가 급속한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HR 분야의 세계적인 조사연구 전문기관인 ‘버신 딜로이트(Bersin by Deloitte)’의 창립자인 ‘조쉬 버신(Josh Bersin)’은 2017년 5월 ‘포춘(Fourtune)’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력채용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람들로부터 매일 수많은 이메일을 받고 있다”며, “현재 75개 정도의 스타트업이 천억 달러 규모의 인력 평가시장을 놓고 뜨거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AI에게 맡겨지는 고용시장

입사 시험을 보고 여러 단계의 테스트와 면접을 거쳐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기존의 인력 채용 절차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은 전통적인 고용 방식보다 시간을 절약할 뿐 아니라 인공지능의 사람 보는 눈이 훨씬 더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연어 처리 기술과 기계학습은 지원자의 업무에 필요한 지식은 물론 겉으로 봐서 알 수 없는 개인의 습성이나 생각, 인성까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회사 대표와의 최종 면접 관행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모든 절차와 판단 과정은 인공지능이 주도한다.

‘인터뷰드(Interviewed)’라는 AI 인력채용 업체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가장 적합한 인재를 빠르고 쉽게 채용할 수 있는 올인원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봇(bot)을 통한 온라인 질문 답변의 면접 과정은 지원자의 모든 면을 샅샅이 훑어볼 수 있게 한다. 지원자가 하는 말을 통해 공감 능력과 고객과의 친밀성, 업무 집중도 등을 측정한다. 제스처나 얼굴 표정, 심리적 특성이나 습성, 그리고 소셜 미디어의 게시물까지 모든 것이 다 판단 대상이다. 몇 천명의 지원자가 몰려도 며칠 안에 필요한 인재를 극소수로 압축할 수 있을 만큼 빠른 일 처리가 가능하다.

‘마이어 시스템(Mya Systems)’ 역시 봇을 통한 구직자와의 개별 면담이 중추적 역할을 한다. 여기서 적합한 인물로 판단되면 곧바로 계약을 맺은 특정 기업의 인력 담당자와 연결된다. 구직자는 자신과 대화를 나눈 상대가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진짜 인간 면접관과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2016년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마이어 시스템’은 2017년 말까지 2백만명의 지원자들을 처리할 예정이다. ‘엔탈로(Entelo)’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집중 조사해 지원자가 직업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하고, ‘탤런트 소나(Talent Sonar)’는 채용 과정에서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지원자의 이름과 성별, 신분을 숨기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하이어뷰(HireVue)’는 지원자의 인터뷰 영상에서 나타나는 용어 선택과 목소리 억양, 미세한 인체움직임을 주목한다. 말과 얼굴 표정으로 나타나는 모습이 어색하고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까지 알아낼 수 있다. 아마존이나 델 같은 글로벌 기업에 인력 공급 서비스를 제공하던 ‘워키(Workey)’도 AI 채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AI 추천 시스템이 인재를 평가해 적합한 회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2015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한국의 헤드헌팅 업체인 ‘원티드랩’도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AI를 도입했다. 2년간 모은 6만건의 합격과 불합격 데이터를 활용한다.

AI와 함께 일하려면

앞으로 인간은 필연적으로 인공지능과 공존해야만 한다.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던 금융이나 법률, 의약 분야까지 인공지능은 이미 깊숙이 진입했다. 수많은 직업이 AI 로봇으로 대체되어 사라지고, 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 것으로 예고된 상황이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AI의 조력자나 지원자로서 협업에 더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많다. 취업의 자격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정 알고리즘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연결해주는 업체인 플럼(Plum)의 CEO ‘캐틀린 맥그리거(Caitlin MacGregor)는 IT 전문매체 ‘트렌드인테크(TrendinTech)’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시대에는 학력이나 학위, 경력, 직함이 성공을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바꾸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전문직으로 돈 많이 벌던 화이트 칼러 전성시대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는 뜻이다.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에는 인공지능과 호흡을 맞춰 함께 일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게 고용의 새로운 기준과 방향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의 임원인 ‘크리스천 보드윙(Christian Bodewig)’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 논문에서 몇 가지 자격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AI 시대에 인간은 정보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literacy)과 수리력을 기본 바탕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 고차원의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학교 성적과 비례하지도 않는다. ‘보드윙’은 “청소년기 후반이 되면 인간의 인지능력 성장을 가져다 주는 창이 사실상 닫히게 된다”며 “어릴 때부터 가능한 조기에 AI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자리만의 자격 조건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객체로 전락하지 않기 위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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