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구글이 중국에서 서비스를 완전히 철수한 이후로, 구글이 운영하던 각종 서비스의 대부분은 중국토종업체가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구글이 부재한 시장에서 중국토종업체들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최근의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세계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위 순위에서 중국 기업이 7곳을 차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BAT’라는 약자로 불리고 있는 ‘바이두(Baidu, 百度, 검색엔진)’, ‘알리바바(Alibaba, 阿里巴巴, 쇼핑몰)’, ‘텐센트(Tencent, 腾讯, 메신저 및 게임 등의 서비스)’의 경우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40%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도 합니다(영업이익률은 영업이익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영업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관리비를 뺀 금액을 말합니다).

구글이 ‘google.cn‘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중단한 뒤, 중국에서는 구글 검색이나 지메일, 유튜브 등을 이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중국 공안부가 ‘금순공정(金盾工程, 황금방패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에 의해 차단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커제 9단과 알파고간의 대국이 벌어진 ‘바둑의 미래 서밋’ 또한 중국인들은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없었습니다. 중국 내 업체들이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냈지만 결국은 중국 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한 탓에 중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스마트폰의 OS인 안드로이드 또한 중국 제조업체들은 구글의 인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앱스토어도 중국 업체들이 별도로 만들어 운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바둑 대국을 통해 구글은 중국 전역에 자신들의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구글플레이스토어를 서비스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꾸준히 중국당국 및 업체와 접촉하고 있던 구글 측은, 이번 ‘서밋’에 딥마인드의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 이외에도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현지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오픈소스 인공지능인 ‘텐서 플로’가 중국의 ‘BAT’를 크게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미 중국의 ‘BAT’는 인공지능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2013년에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바이두는, 실리콘 밸리에만 200여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중국을 포함하면 약 1300여명의 연구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비록 책임자였던 세계적인 인공지능 전문가 앤드류 응(Andrew Ng)이 올해 초 물러나긴 했지만,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광고서버에 머신러닝이 적용된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지난해까지 투자한 비용은 약 3조 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리바바그룹의 경우 지난 3월, ‘알리바바 클라우드(Alibaba Cloud)’를 통해 의료와 제조업에 AI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2016년에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전자상거래 플랫폼 개발업체를 인수하기도 했던 이들은, AI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인해 향후 시가총액이 20%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평가 받고 있기도 합니다.

‘BAT’ 3인방 중에서 가장 늦게 인공지능에 투자를 하기 시작한 ‘텐센트’는 최근 미국의 시애틀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직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연구원을 인공지능 관련 부책임자로 임명하고 음성인식과 딥러닝에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이들은 연구인력을 모으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약 50여명의 연구진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소개화면>

이들 ‘BAT’의 경우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서구의 기업들에 비해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는 유리한 상황에 서있기도 합니다. 우선,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술의 경우 아직까지는 하나의 기업이 독점적으로 비밀리에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인력의 규모는 넓지 않지만, 기술 자체는 논문이나 학회를 통해 연구자들 사이에 대부분 알려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편, 인공지능 연구 특히 딥러닝의 경우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데이터인데 이와 관련해서 이들은 거의 7-8년간 배타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서구의 기업들이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에 의해 보호받았던 중국의 인터넷 시장에서 거둬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서구 미디어들은 구글이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며, 자국의 사용자와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인터넷 3인방’이 인공지능 분야에 있어서도 미국의 뒤를 잇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AI관련 특허 건수만 보더라도 2005-2009년 사이에 2,934건에 그쳤던 중국의 특허 건수는 2010년-2014년 사이에 8,410건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190%나 증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5월 ‘바둑의 미래 서밋’이 열린 행사장에서 기자들은 출입카드를 발급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바이두 측의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최초에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은 다음, 렌즈를 들여다 보는 것으로 저절로 신원을 확인 받았습니다. 물론 이 기술은 바이두측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인공지능은, 기술적으로 구글을 능가하지 않더라도 일정 정도의 수준만 확보한다면 충분히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지금껏 중국의 산업들이 거쳐왔던 과정을 그대로 거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든 사업은 ‘카피캣’에서 시작해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과정을 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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