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숱하게 접하게 되는 것이 광고다. 신문과 잡지, TV, 라디오는 물론 인터넷이나 SNS에서도 광고는 넘쳐난다. 거리를 지나거나 버스, 지하철을 탈 때도 예외가 아니다. 순간이나 찰나의 시간에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감정을 훔치고,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광고는 그래서 극도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로 여겨진다. 독특하고 다양한 광고 형태나 문구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광고업계가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칸 국제광고제는, 1953년 창설 때부터 써온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페스티벌(Cannes Lions International Advertising Festival)’이라는 공식 명칭을 2011년부터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Cannes Lions Creativity Festival)’로 변경했다. 광고가 모바일과 SNS로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광고는 언제나 첨단기술을 흡수하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지만 크리에이티브는 기계나 기술이 결코 대신하기 어려운 인간 창의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모든 산업 분야가 그렇듯이 인공지능의 도전은 광고도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글로벌 광고 기업 ‘엠앤씨 사치(M&C Saatchi)’는 이미 2015년에 영국 런던의 버스 정류장 광고판에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지능 광고를 선보였다. 다양한 이미지와 문구, 색채, 글씨체 등을 조합한 수천 가지의 가상 광고를 내보내면서 내장된 카메라로 행인들의 반응을 일일이 분석했다. 그리고 반응이 좋지 않은 것들은 하나씩 도태시켜 소비자에게 최적의 광고만을 보이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는 2016년에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차종을 인공지능으로 실시간 인식해 대형 옥외 광고판의 타깃 광고로 연결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를 찍은 비디오 카메라의 영상을 인공지능이 차종과 제조업체, 모델 별로 분류해 그 차가 필요로 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다.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특정 광고만을 보여주던 제약을 없애고 개별 맞춤 광고를 대중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사람을 대신해 직접 광고 문구를 작성하거나 광고 제작을 하는 인공지능도 생겨났다. AI 카피라이터 퍼사도(Persado)는 ‘인지적 콘텐츠 플랫폼(Cognitive Content Platform)’이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문구를 생성한다. 여행사는 흔히 “기간 한정, 지금 바로 예약하세요.”, “저렴한 항공권을 예매하세요.”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지만 퍼사도는 “나 자신에게 일생에 남을 여행을 선물해보세요. 지금 출발할까요?”라는 보다 친근하고 세련된 문구를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 이런 퍼사도를 활용해 MS, 메트라이프, 버라이즌, 씨티은행 등 100여개 기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광고회사인 맥켄에릭슨(McCann Erickson)은 2016년 4월 일본에서 ‘AI-CD β(인공지능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타)’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광고 요청이 들어오면 다양한 자료 분석을 통해 최적의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았다.

인공지능이 인간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는 것은 빅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게 된데다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기계학습과 딥러닝으로 무궁무진한 능력을 갖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달리는 자동차를 겨냥한 맞춤 광고는 신속하게 차종을 알아내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수많은 자동차의 사진을 학습하며 차의 종류와 모델을 정확히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퍼사도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 카피를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축적된 수많은 광고 문구를 분석하면서 상품 구매 비율이 높은 단어를 찾아내는 것은 물론 특정 문구가 상황에 따라 사람들의 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 분야에 AI 작곡가나 AI 화가가 등장한 상황에서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넘보는 인공지능은 당연한 흐름이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크리에이티브 영역이 인간을 제치고 인공지능의 독무대가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떤 광고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내보내야 가장 효과적인 것인지는 단연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크리에이티브는 결국 인간의 축적된 경험과 자료라는 바탕 위에서만 작동이 가능하다. 렘브란트 풍의 그림을 그리고 비틀즈 풍의 노래를 만든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예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론 창작과 예술 분야에서조차 인공지능이 인간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에 대한 보다 깊은 사유와 인간에 대한 폭넓은 통찰력에서 나오는 창의성이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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