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의 폭발적인 보급은 우리 주변 환경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거리 곳곳에 CCTV가 늘어나고, ‘스마트’기능이 장착된 가전제품과,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장난감이 속속 보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연결을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형 음성 비서인 아마존 ‘에코’는 2020년까지 약 100억 달러(한화 약 12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위를 둘러싼 기기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인터넷과 연결된 것들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이를 통해 우리의 생활이 노출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어떤 이는 이러한 개인 정보나 생활의 노출을 인터넷 이용에 대한 일종의 ‘대가’로 일컫기도 하지만, 개인의 생활을 누군가가 카메라를 통해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리 썩 좋은 기분만은 아닙니다.

지난 3월 미국의 CNN뉴스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프라이버시 심리학(The Psychology of privacy in the era of the Internet of Things)’이란 기사를 통해, 이러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위협을 전반적으로 조망했습니다. 여기에서는 소위 ‘초감시사회’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웹 서핑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인터넷 광고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 버린 쿠키(Cookies)를 비롯해 환경심리학적 관점의 접근과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그 기사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2012년에 핀란드의 한 대학에서 행해진 실험에 관한 내용입니다. ‘가정에 편재한 감시의 장기 효과(Long-term Effects of Ubiquitous Surveillance in the Home)’란 제목의 논문은 가상의 집에 감시 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한 다음, 사람들이 1년간 거주하게 하면서 그들의 반응을 살핀 논문입니다. 사실 ‘사물인터넷’과 ‘스마트가전’이 보급되기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가정환경은 SF소설에 등장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나 등장할 만한 설정이었지만, 어쩌면 수 년 내로 이러한 상황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현실이기에 이들의 논문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피실험자의 생활을 녹화한 영상 이미지>

실험의 방법은 12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1년간 집 안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서 그들의 생활상을 영상과 음성으로 기록했으며, 인터넷 사용 정보 또한 분석했습니다. 피실험자의 구성은 대부분이 20대 였으며, 자발적으로 참여한 60대가 한명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남녀 성비는 5명의 여자와 7명의 남자로 구성되었으며, 그들의 직업은 학생 6명, 정규직 근로자 3명, 실업자 1명, 출산 휴가를 받은 1명 그리고 퇴직 대신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전환한 1명이었습니다. 이들은 매달 질문지에 대답을 했으며, 6개월에 한번은 연구자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1년이 지난 후의 결과는 놀랍게도 이들 중 누구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의 일부는 감시를 성가시다고 느끼기도 했으며, 불안감이나 분노를 느낀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옷을 벗고 있거나 성생활을 하는 것이 그대로 녹화되는 것이 불편했으며, 자신의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생활을 망쳤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느낀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의 생활을 녹화한 영상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었으며, 누군가 자신의 영상을 악의적으로 재편집 해서 누출하는 것 또한 두려워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이러한 영상이 권력기관이나 자신의 친구들 그리고 고용주에게 공개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실험기간동안 이들은 저마다의 ‘프라이버시 확보’ 행동을 나타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그만두거나, 감시 카메라에서 사라지기도 했으며, 인터넷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찾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실험 초반에는 이러한 실험을 걱정하기도 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고 나자 12명 중에서 10명 정도는 프라이버시가 없는 상황에 적응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핀란드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의 안티 울라스비르타(Antti Oulasvirta)교수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이 언제나 우리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개인적인 순간들이 주위 이웃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해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웃이나 다른 사람의 경우는 협상을 할 수 있지만, 기술과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술적인 프라이버시 침해가 전혀 새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또 “인터넷이 활성화 될 때 이미 쿠키(Cookies)를 비롯한 추적기술이 있었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하면서, “이제 스마트 TV가 등장한데 이어서 앞으로는 사물인터넷까지 이에 가세하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이러한 감시가 “잠재적으로 사람의 모든 면, 특히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근본을 공격한다” 면서,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매우 까다로운 질문”이라면서, “사회적 규범과 범규, 사람들의 경험 그리고 가정과 디지털 기기, 인터넷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사회기술적으로 무척이나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현재의 상황을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험에서 찾아낸 사실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은 감시의 의도와 실상을 이야기 해 줄 경우 불안감이 낮아졌었습니다. 이에 근거해 그는, “쉽게 알 수 있는 형태”로 데이터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수집하는 지를 사람들이 스마트 기기를 사기 전에 알 수 있다면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결국 실험 초반에 이러한 감시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며 걱정을 하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에 적응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이러한 일들이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에 차례로 일어났으며 아마도 사물인터넷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주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프라이버시 문제는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라이버시의 침해는 결국 ‘초연결사회(Hyper Connected Society)’의 다른 모습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더 많은 연결과 편리함을 원할수록 우리를 둘러싼 감시의 망은 촘촘해 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누군가의 말처럼 인터넷 연결에 대한 ‘대가’로만 치부해 버린다면, 다가올 미래 사회는 기술로 인한 편리함 보다 ‘스트레스’가 더 큰 사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편리함을 추구할수록 ‘감시’를 떠올리게 되는 딜레마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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