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시겠어요? 저 1기인데요.
에세이 창작 수업 공지 블로그에 어느 날 댓글이 달렸다.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에세이 창작 수업을 처음 시작한 것이 2020년 3월이었다.
10여 명이 모였다 코로나가 시작된 때여서 못 모이다 다시 모이고 하던 때였다.
처음 그의 글은 A4용지 반 페이지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한 페이지 반을 써보라고 말했다. 그는 그걸 어떻게 써요,라고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분량만큼 글을 썼다.
차곡차곡 그의 글이 쌓이는 동안 그의 글은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갔다.
꼬박 1년을 채운 후 그는 복직했다.
1년이 지난 봄날, 그가 불쑥 책방을 찾아왔다.
1년 동안 열심히 다녔던 곳이었는데 그것이 꿈일까 생각했어요. 그대로 있네요. 제가 다니긴 다녔군요.
그런 순간들이 나도 있었다. 그걸 정말 내가 했을까. 거길 내가 갔었던가.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문득 그런 시절의 내가 희미해지는 순간.
우리는 그때 많이 울었다. 서로의 글을 보면서 글을 잘 썼네 못 썼네 평가하기보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때 그게 좋았어요. 그냥 서로 공감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2년이 지난 후 다시 에세이 창작 수업에 들어온 그가 말했다.
2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삶은 순조롭지 않게 흐른다.
그때마다 그는 수업을 듣던 때를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했다.
그러다 허기가 졌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함께 글을 읽고 함께 웃고 울고 싶어졌다.
내 글이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나 피드백도 받고 싶어졌다.
복직했으니 낮에는 일도 해야 하고, 집에 가서는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저녁 수업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그러다 그 허기를 더는 참을 수 없다 싶어졌다.
오랜만에 그를, 아니 그의 글을 보고 나는 또 훌쩍이고 말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의 글 한 편이 말해줬다.
나는 그가 다시 용기를 내서 온 것에 따듯한 박수를 보냈다.

​글쓰기를 함께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사람보다 그가 쓴 글이 더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읽은 대부분의 글은 그냥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었으므로.
내 책을 내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작가가 되고 싶은 꿈을 가진 것도 아닌, 오직 쓰고 싶다는 열망.
쓰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
오래전 나도 그랬다. 쓰고 싶어서 썼고, 보다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배웠다.
늦게 시작해 책을 내고 작가가 되는 사람도 있다.
쓰고 싶다는 열망과 잘 쓰고 싶은 열망을 갖고 배우면서 쓰면 된다.
요즘은 책도 쉽게 낼 수 있다. 물론 독립출판인 경우.
언젠가가 아닌, 지금 하는 용기 내서 한 발짝 내딛는 것.
인생은 그 한 발짝 용기로 달라진다.
나도 이 봄에 용기를 내본다.

[출처] 작은 용기|작성자 생각을담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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