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커버그가 말했습니다. “2026년은 AI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는 해가 될 것입니다.” 곧이어 메타는 수백 명을 해고했습니다. 블록(Block)의 잭 도시Jack Dorsey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AI 덕분에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직원 절반 가까이를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한국 언론은 곧바로 “AI 일자리 쇼크”를 외쳤습니다. 실리콘밸리 CEO의 발언은 순식간에 한국 청년 실업의 설명 문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순서를 다시 봐야 합니다.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이 본격화된 것은 2022년 말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그 출발점에서 기업들이 내세운 이유는 팬데믹 시기의 과잉 채용이었습니다. 2025년 들어 같은 해고를 설명하는 언어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과잉 채용 대신 AI가 등장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닙니다. AI는 해고를 더 미래지향적으로, 더 불가피한 변화처럼 보이게 만드는 언어입니다. 사람을 자르는 현실은 비슷한데, 그것을 포장하는 문장이 세련되어진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은행도 2025년 보고서에서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고용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지만, 동시에 그것을 AI 확산 초기의 현상으로 설명하며 장기 지속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적었습니다. 보고서가 보여준 것은 복잡한 변화이지, “AI가 청년 일자리를 다 빼앗았다”는 단순한 판결문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언어가 한국에 들어오는 방식입니다. 한국 언론은 그것을 거의 검증 없이 받아 적고, 곧바로 “AI가 청년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문장으로 번역합니다. 그러나 한국 청년 고용의 어려움은 애초에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청년층 일자리는 21만1천 개 줄었고, 그중 20만8천 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최근 변화의 한 축일 뿐, 한국 청년 노동시장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숫자만 봐도 그렇습니다. 2025년 5월 기준 15~29세 청년 ‘쉬었음’ 인구는 39만6천 명이었고, 정부의 2025년 말 평가에서도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1만1천 명 수준이었습니다. 같은 해 2월에는 실업자·취업준비자·쉬었음을 합친 청년 비중이 15.0%, 120만7천 명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만이 아니라, 아예 구직의 문턱에서 멈춰 선 청년이 이미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바로 그래서 “AI가 다 망쳤다”는 서사는 더 위험합니다. 한국의 청년 취업난은 AI 이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문제였습니다. 대기업·공기업 쏠림, 중소기업 기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고학력 인력 과잉, 경기 둔화와 신입 채용 축소가 오랫동안 겹쳐 왔습니다. AI는 여기에 새로 추가된 변수일 수는 있어도, 모든 원인을 한 몸에 뒤집어쓸 단일 범인은 아닙니다. 이 복잡한 현실을 하나의 기술 탓으로 밀어 넣는 순간, 분석은 멈추고 공포만 남습니다.
언론은 CEO의 발언을 받아쓰는 확성기가 아니라, 그 언어의 의도를 해부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주주를 안심시키기 위한 기업의 설명 문장을 사회 전체의 원인처럼 번역하는 순간, 저널리즘은 설명을 포기하고 홍보를 대신하게 됩니다.
한국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은 실리콘밸리의 유행어로 설명될 만큼 가볍지 않습니다. AI는 지금 가장 편리한 희생양입니다. 그리고 한국 언론은 그 희생양에 너무 쉽게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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