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풀루언서’의 사전적 뜻풀이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과거에는 없던 용어다. 연예인이나 유명 운동 선수 같은 소수의 특정인이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지만 요즘은 일반인도 이들 못지 않게 인기를 끌고, 주목을 받는다. 인플루언서다.

인플로언서의 등장은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시대, 스마트폰 시대를 특징짓는 모습 가운데 하나다. 인플루언서의 활약은 이제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인기를 얻고 돈도 벌면서 선망의 직업이 되었다. 구글에서 ‘인플루언서 되는 법’을 치면 순식간에 12,600,000건이 검색된다.

인플로언서는 사람에 국한하지 않는다. 가상인간, 버추얼 휴먼, AI 인간이 실제 인간과 똑같은 모습, 똑같은 일을 하며 일상 생활에 들어왔다. 가상 인플루언서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세계적인 흐름이다. 19살의 여성 가수로 설정된 미국의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300만명에 광고 모델로 2020년에만 120억원을 벌었다.



위)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아래)녹스 프로스트

미국의 22살 남성으로 설정된 ‘녹스 프로스트’(Knox Frost)는 인스타 팔로워 70만명이고, 세계보건기구와 함께 코로나 팬데믹 관련 거리두기 실천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의 광고 모델 ‘이마’(Imma)는 인스타 팔로워 35만명이고, 중국의 ‘화즈빙’은 칭화대 컴퓨터학과 대학생이다.

서울시는 AI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인간 ‘YT’를 청년정책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YT’는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자로 나서 전광판에서 공을 던지기도 했다. 국내 1호 가상인간 ‘로지’는 각종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지난해 15억원을 벌었다. 또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는 쇼호스트 역할은 물론 신차 발표회에도 등장했다.

YT 시구 모습, 스포트경향 캡처

활동 범위와 활약상에서 실제와 가상 인플루언서를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엔터테인먼트, 마켓팅, 홍보 등 각 분야에서 가상 인플루언서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고, 이들의 소셜 미디어 팔로워가 급증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나이 들지 않은 채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말썽이나 스캔달을 일으키지 않으며,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는 가상인간의 특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젊은 층에게 가상 인플루언서는 실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나이 든 기성 세대와는 달리 하루의 대부분을 온라인 세상에서 보내며 가상 세계에 익숙한 탓이다. 하지만 이게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부분 젊고 날씬하고 예쁜 여성 모습의 가상 인플루언서는 외모 지상주의와 성 상품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로지

CNN은 최근 한국의 가상 인플루언서를 다루면서 ‘세계 최고의 성형외과 수술이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가상 인플루언서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인터뷰에서 “실제 여성은 가상 인플루언서처럼 되고 싶어하고, 남성은 그런 여성과 데이트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는 올해 초 뉴스레터에서 ‘메타 플랫폼에 이미 200명이 넘는 가상 인플루언서가 활동’하고 있음을 밝혔다. 효율적인 마케팅 등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윤리적 딜레마와 잠재적 위험 요소를 피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향적 시각과 디지털 세계에서 행해질 수 있는 인종차별, 디지털 블랙페이스(digital blackface)도 그런 위험 가운데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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