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는 개방과 참여, 공유를 기치로 내걸고 탄생했다. 연결사회의 총아이자 디지털 시대를 상징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톡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충족하는 의식주에 소설 미디어가 추가된 것처럼 보이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지구촌을 진정한 한가족으로 만든 소셜 미디어는 단순히 관계망을 뜻하지 않는다. 여론을 움직이는 미디어이자 다양한 정보의 저장고이고, 비즈니스의 도구이며, 지지층을 모으고 반대편과 대적하는 정치 현장이기도 하다. 때로 광신적 팬덤의 집결지 역할도 한다.

미국에서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사법적 시험대에 올랐다. 그 기원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2016년 대통령 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얼토당토않은 가짜뉴스들이 소셜 미디어에 횡행하면서 극우 보수층이 결집했고, 이게 민주당에 패배를 안겨준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었다.

가짜뉴스의 진원지이자 유통 경로였던 소셜 미디어는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CEO들이 앞다퉈 사과하며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 인력에 의한 게이트키핑(gatekeeping)을 강화했다. 거짓 정보를 차단하고 혐오와 증오의 콘텐츠를 규제하기 위한 알고리즘 확충 등 안전 장치 마련을 서둘렀다.

그 뒤 소셜 미디어의 도움을 받았던 트럼프는 되레 소셜 미디어에서 축출된다. 재선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미국 헌정 사상 초유의 의사당 폭력 난입 사태를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게 화근이 되었다.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던 트위터의 계정이 삭제되고 페이스북에서도 쫓겨났다. 그러자 언론자유를 주장하며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라는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설립했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출을 규제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는 게 보수 진영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주지사가 공화당인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에서는 아예 법안을 만들었다. 텍사스는 폭력 선동이나 증오 발언 등을 이유로 콘텐츠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했고, 플로리다도 소셜 미디어가 정치인의 게시물을 차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소송으로 대응했다. 플로리다에서는 승리를 거뒀지만 텍사스의 경우 1심 법원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항소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결국 이 사안은 연방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이용자들이 올리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관리하며 멋대로 손대서는 안된다는 게 보수진영의 주장이다. 반면에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윤리적 차원에서 폭력적 선동적 콘텐츠의 자율적 관리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정치적 불신도 깔려 있다. 보수진영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진보 진영 입장에 가깝다고본다. 이들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보 진영이 마냥 소셜 미디어 기업 편인 것도 아니다. 콘텐츠의 노출과 삭제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율 관리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개인의 권리와 공공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콘텐츠에 대한 판단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 대법원의 판단이 있기까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미디어의 막강한 영향력을 반증한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소셜 미디어도 영업이라는 사실이고, 자극적 콘텐츠가 영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율배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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