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클리어뷰 AI는 타임지의 2021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으로 선정된 얼굴인식 기술 전문업체다. 설립된 지 불과 4년만에 세계적 기업이 되었다. 미국의 법 집행기관이 이 회사 기술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공개된 2019년 이전까지는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독보적인 얼굴인식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클리어뷰 AI가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가 얼굴인식 기술로 자국에 몰래 침투한 러시안들을 적발하고, 사망한 러시아 군인들의 신원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클리어뷰 AI가 러시아의 대표적인 SNS인 브콘탄테(VKontakte)에서 수집한 20억개의 이미지를 우크라이나에 무료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클리어뷰 AI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호안 톤 탓(Hoan Ton-That)는 자사 기술의 정확성을 자신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얼굴인식은 지문인식보다 더 정확하고, 사망자의 얼굴이 손상되었어도 신원을 밝혀내는 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얼굴인식 기술의 활용 범위가 전쟁터로 확대되었다.

러시아군 전사자

미국의 인터넷 미디어인 버즈피드(BuzzFeed)는 27개국 2,200개 정부 기관과 기업이 클리어뷰 AI의 기술을 이용하거나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일부 경찰당국과 이민관세집행국이다. 범법자는 물론 아동 성착취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추적하는 데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클리어뷰 AI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페이스북, 유투브 등 소셜 미디어는 물론 공개적으로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미지를 임의로 수집해 데이터로 저장했다. 그 수치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바탕으로 AI 얼굴인식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며 정밀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하지만 역풍이 불었다.

인권 침해와 사생활 침해 논란이 확산하면서 페이스북과 유투브가 데이터의 삭제를 요구했다. 이탈리아 정보규제기관은 지난 3월 클리어뷰 AI에 2천만달러의 벌금과 함께 이탈리아에서 수집한 기록을 삭제하게 했다. 호주, 캐나다, 프랑스는 물론 미국 일부 주에서도 이런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범법자를 색출하고 사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 집행기관 입장에서 클리어뷰 AI는 보배 같은 존재다.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민간업체의 얼굴인식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인권침해 시비를 비켜갈 수 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에서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이미지를 수집한 게 클리어뷰 AI의 가장 큰 자산이다.

클리어뷰 AI 활용 사례, 클리어뷰 AI 홈페이지 캡처

사법기관에 의해 주로 쓰이던 클리어뷰 AI가 민간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호안 톤 탓 CEO는 최근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은행이나 민간기업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논란을 의식한 듯 동의를 기반으로 한 이미지 데이터를 쓰겠다고 말했다.

클리어뷰 AI가 아니더라도 AI 얼굴인식은 기술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공권력은 물론 민간 부분까지 사생활 영역을 좁혀가는 시대가 되었다. 인도적 차원에서 전쟁 약자인 우크라이나를 돕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 임의로 수집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과연 정의로운 지, 도덕적으로 옳은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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