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아마존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의 선두대열에 서있는 공룡기업이다. 최근에는 UPS, 페덱스를 제치고 미국 최대 택배업체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런 혁신의 아마존, 그 이면은 어떨까?

로이터가 미 버지니아주 하원의원을 지낸 이브라힘 사미라(Ibraheem Samirah), 그리고 자사 기자 7명과 함께 이들의 개인 데이터를 아마존에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아마존은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2018년 캘리포니아 법안의 무력화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일정한 양식에 의해 개인이 요구할 경우 이를 허용하고 있다.

공개된 개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로이터는 ‘Every move you make… Amazon is watching you’(아마존은 당신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Are they selling products, or are they spying on everyday people?”(물건을 파는 건가요, 아니면 매일 사람들을 염탐하는 건가요?), 아마존이 수집한 자신의 정보를 본 사미르는 로이터에 이렇게 물었다.

아마존은 그에게서 1,000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수집했다. 무슬림인 그가 아마존 기기로 코란의 어느 부분을 들었는지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진보적 커뮤니티에 대한 책과 개인의 건강 관련 문의 내용을 포함해 그가 아마존의 플랫폼에서 검색한 모든 정보를 쌓아놓고 있었다.

아마존은 알렉사(Alexa) 음성비서, 온라인 쇼핑, 전자책 킨들(Kindle), 오디오북 오더블(Audible), 동영상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 뮤직, 아마존 홈 씨큐리티 카메라, 피트니스 앱 등을 통해 개인과 가족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정보는 키와 체중 등 개인의 신체적 특징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게 하고, 정치적 성향이나 독서와 구매 습관 등을 알려주며, 특정 날짜에 움직인 동선은 물론 심지어 누구와 만났는지도 알 수 있게 한다. 마치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유리창으로 고객들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한 기자의 공개된 데이터에는 2017년 1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9.000건 이상의 가족 녹음 기록이 있었다. 하루 평균 70건 이상 알렉사의 녹음기록이 수집된 것이다. 여기에는 아이들의 이름, 좋아하는 노래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심지어 아이들이 비디오 게임을 사기 위해 부모를 어떻게 설득할 지 물어보고 알렉사가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도 있었다. 폭력적이라거나 비싸다거나 공부를 소홀히 하게 돼 안된다는 부모의 주장을 잘 반박하도록 준비하라는 충고다. 알렉사는 위키하우(wikiHow)의 18만개 이상의 자료를 참고로 이런 대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사람의 데이터에는 아이들이 혼나고 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포함해 가족 구성원들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었다. 아이들이 여러 성적인 단어를 알렉사에게 물어보는 것도 포착되었다. 알렉사라는 명령어를 사용해 물어보고 끝날 때까지 최대한 짧게 녹음된다지만 실제로는 긴 대화 내용 녹음도 있었다.

다른 기자의 경우 2017년 이후 킨들 전자책으로 읽은 3,700권의 독서 기록이 남아있었다. 밀리초 단위의 정밀한 독서기록이 저장되었다. 아마존은 또 강조 표시되거나 찾아본 단어, 넘긴 페이지 수, 포로모션 내용을 본 기록까지 세세하게 담아 보관했다.

아마존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맞춤 서비스를 위해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알렉사 계정을 설정할 때 녹음이 저장된다는 사실을 알린다고 밝혔다. 코란 청취 기록을 저장한 것에 대해서는 다시 접속할 때 이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서비스의 설정을 통해 데이터 수집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녹음이 저장되지 않게 하거나 주기적으로 자동 삭제되는 기능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음성 인식이나 새로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게 된다. 데이터를 삭제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존의 계정을 폐쇄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구매 내역 같은 일부 정보는 남게 된다.

IT 기기의 개인 정보는 사법당국이 가장 선호하는 내용이다. 아마존은 최근 3년간 소환장, 수색영장, 기타 법원이 제기하는 개인 데이터 요구에 75%는 부분적으로 수용했고, 38%는 100% 제공했다. 하지만 2020년 7월 이후는 이런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기준을 국제화하고, 세계 각 국 법 집행기관의 요구를 체계화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댔다.

비단 아마존만이 아닐 것이다. 날로 발전하는 IT 기술과 이를 실생활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는 디지털 라이프는 필연적으로 개인 정보 제공과 노출이라는 대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 관계다. 정보가 동력이 되고, 자양분이 되는 게 IT 기업의 속성이다. 하지만 규제는 늘 뒷북치기로 IT 기업의 꽁무니만 쫓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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