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코로나 참사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매일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새로 발생하고,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숨을 거두고 있다. 몰려드는 시신을 처리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장터는 포화 상태가 되었고, 공원과 주차장까지 임시 화장장으로 변했다.

인구 2000만명 수도 뉴델리의 병원은 더 이상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태, 구급차와 산소, 각종 의료 장비는 물론 식량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가족과 이웃이 죽어가지만 아무런 손을 쓰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전쟁보다 더 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과 인도를 오가는 정규 항공 노선도 끊겼다.

무서운 기세로 코로나가 퍼져나갈 때 모디 총리는 수많은 군중이 운집한 선거 유세를 펼쳤다. 방역보다 권력을 우선했다. 세계 최대 백신 생산국이면서도 상황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모디 총리와 인도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공식 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디 총리의 방역 실패는 SNS 규제로 더욱 분노를 자아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람 등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들에 대한 차단을 지시했다. 코로나 관련 가짜뉴스와 시신 사진 등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차단된 게시물 대부분은 정부 비판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모디 사임(#ResignModi)’이란 해시태그를 단 페이스북 게시글에 갑자기 접근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논란이 커지면서 미국의 페이스북 본사가 차단 조치를 해제하고 단순한 ‘기술적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은 의혹을 남겼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는 단순한 의사 소통 수단을 넘어섰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뉴스와 정보의 유통 수단이 되었고,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권력을 쥐게 되었다. 사람들의 생활에 깊숙이 파고들어 모든 것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시리아 내전 당시 포위돼 고립된 알레포에서 전쟁의 야만성을 세상에 적나라하게 알릴 수 있었던 것은 트위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검열 시스템을 거부한 페이스북을 차단했다. 코로나 관련 거짓 정보를 일삼고, 폭력을 선동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계정을 차단해 쫓아냈다.

재앙을 겪고 있는 인도에서 거대 소셜 미디어의 이런 기개와 정의감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인도의 실정법이 SNS 규제를 허용할 수 있게 한다지만 14억 인구 거대 시장의 국가 권력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라면 실망스런 일이다.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움직임은 늘 주목의 대상이다. 누구나 이용하고 있거니와 독점적 성격마저 띠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들이 국가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상업성에만 골몰한다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서구 사회에서 거대 IT제국의 독점적 성격과 그로 인한 폐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에서 강력한 규제 법안을 마련했고, 미국 의회에서는 반독점 청문회 열리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민주주의의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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