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지만 양자가 혼재하며 공존하는 게 요즘 시대의 흐름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이런 추세를 반영합니다. 인기와 대중성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스타’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될성부른 인물을 발탁해 아이돌 스타로 키우기도 하죠. 그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영역이 가상의 지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SM엔터테인먼트가 4인조 신인 걸그룹 ‘에스파'(aespa)를 데뷔시키면서 똑 같은 모습의 이들 각각의 아바타도 함께 공개했습니다.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 걸그룹과 이들 각각의 아바타가 함께 노래 부르고, 대화하고, 친구가 된다는 설정입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차별성을 부여 받은 아바타들은 온라인 콘텐츠로 독자적인 활동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에스파

케이팝(K-Pop)은 세계 대중 문화 현상의 하나로 자리잡았습니다. “에스파’가 다국적 멤버로 구성되고, 아바타로 가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의 시장 확대 포석이겠죠. 이곳만이 아닙니다. 얼마 전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두 곳이 증강현실(AR) 아바타 앱 ‘제페토'(Zepeto)에 12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름난 스타를 아바타로 분신을 만들어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19살의 릴 미켈라(Lil Miquela)는 춤, 노래, 모델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입니다. 2016년 인스타그램에 등장해 28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입니다. 프라다와 캘빈 클라인 등 유명 패션 업계와 함께 일하고, 디지털 음원을 발표하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헐리우드의 연예 기획사와 계약해 영화와 TV 진출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LA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만든 가상 인물입니다.

우리도 사이버 가수가 있었습니다. 1998년 PC 통신 시절에 등장한 20살의 아담입니다. 2집 앨범까지 냈습니다. 요즘 같은 첨단 기술로 무장했다면 아마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이버 가수의 시초는 1996년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가 만든 다테 쿄코입니다. 1999년에 ‘디키’라는 예명으로 한국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기도 했습니다.

재능 있는 이들이 서로 기량을 겨루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갓 탤런트’(Got Talent), ‘슈퍼스타 K‘ 등이 대표적이죠. 최고를 뽑는 경쟁의 과정과 스토리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실제 사람이 출연하지 않는 이색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바이두가 투자한 중국의 인기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爱奇艺,IQIYI)에 등장한 가상 아이돌 버라이어티 쇼 디멘션 노바(Dimension Nova)입니다.

iQIYI to Launch ‘Dimension Nova’, China’s First Virtual Idol Variety Show

디멘션 노바

형식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3명의 인간 심사위원들 앞에서 기량을 겨루는 대상은 31명의 가상 인물입니다. 아이이치는 1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가상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디지털 미디어 콘첸츠 제작사인 비즈아트(Vizrt)가 참여하고, 미국의 에픽게임즈에서 개발한 3차원 게임 엔진 소프트웨어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과 9대의 증강현실 카메라가 동원되었습니다.

팬덤을 몰고 다니는 인기 연예인의 역할을 가상의 아이돌이나 아바타가 대신할 수 있을지, 또 이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전통적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합니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친숙한 세대죠. 리얼리티 쇼를 게임처럼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략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실제와 가상의 연예인, 그리고 이들의 콜라보가 자연스럽게 여겨질 시대가 도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첨단 기술의 방향은 이처럼 무궁무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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