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스마트 시티(smart city) 건설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스마트 시티의 기치를 내걸고 저마다 도시 개조를 선언하고 있다. 스마트 시티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도시 인프라를 자동으로 제어하고, 주민 편의를 극대화 하려는 시도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가 발간하는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서울의 위치정보(GPS) 기반 길 찾기 서비스와 인천 송도국제업무지구의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항저우는 미래를 앞당긴 스마트 시티다. 알리바바(Alibaba)의 본사가 있는 900만 인구의 이 도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연상케 할 만큼 첨단의 기술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 항조우의 ‘시티 브레인(City Brain)’ AI 시스템은 2016년 10월에 알리바바와 폭스콘(Foxconn)의 공동투자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도시를 움직이는 주축이 된 것이다.

‘시티 브레인’은 항저우의 모든 인프라를 관장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고 의사 결정을 내린다. 도시 전체의 CCTV는 물론 수자원 같은 여타 시설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관리한다. 위기가 발생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시티 브레인’은 관련 기관과 곧바로 연결된다. 교통혼잡을 미리 예측해 신호등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범죄자나 불법 주차 차량을 먼저 파악해 경찰에 통보한다. 기상 정보와 도로 교통 정보는 시민들의 휴대 전화로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항저우의 ‘시티 브레인’은 시민들에게 보다 편리한 생활을 보장하고, 효율적인 도시 관리를 실현할 수 있게 했다. 사고와 범죄를 줄이고, 교통 혼잡을 감소시켰다. 이런 성공적 결과에 힘입어 중국의 다른 지방으로도 시스템이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사람이나 자동차 할 것 없이 도시의 모든 것을 학습하고, 추적하는 이 똑똑한 AI 시스템을 중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데는 반발이 예상된다.

‘시티 브레인’은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 예를 들어 시민들의 소셜 미디어 활동까지 눈여겨본다. 그들의 출퇴근이나 상품 구입, 인간 관계 등이 다 파악되고 데이터 베이스에 저장된다. 항저우는 스마트폰으로 일상 생활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IT 인프라가 잘 구축되었다. 모든 택시와 상점에서 모바일 결제나 알리페이(Alipay)가 통용된다.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관리자는 2017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월드 서밋 AI(World Summit AI)에서 중국 사람들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관심이 덜하다며, ‘시티 브레인’이 빠른 성과를 내게 했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교통공사는 지하철 이용객들의 이동 패턴을 파악하고 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해 2016년에 4주간에 걸쳐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무선망을 추적했다.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익명 처리되었다는 발표에도 영국 내에서는 상업적 이용 가능성을 놓고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중국과 달리 개인 정보 수집을 사생활 침해로 인식하고 있고, 그만큼 프라이버시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변화의 바람이 개인의 일상 생황은 물론 도시를 움직이고 국가를 운영하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도시를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인공지능은 이미 거리나, 상점, 공항, 그 어디서도 마주치게 된다. 무의식중에 자신의 정보를 흘리며 살아가는 게 오늘의 생활 환경이 되었다. 항저우의 ‘시티 브레인’이 조금 앞섰을 뿐 결국 어떤 형태로든 인공지능이 제어하는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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