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SNS에서의 거짓 정보와 가짜 기사가 심각한 문제로 등장했다. 트위터(Twittter)가 챗봇(Chatbot)을 통한 지지 여론 부풀기로 비난을 자초한 데 이어 페이스북(Facebook)은 가짜 기사 파동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실제로 선거를 사흘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살해됐다”는 거짓 기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유포되었고, 그 이전에도 “교황이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혔다”, “힐러리가 이슬람국가(IS)에 무기를 팔았다”라는 등의 허위 기사가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충격적인 것은 이런 가짜 기사가 미국의 주류 언론매체가 생산한 기사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BuzzFeed)의 분석 결과를 보면 선거 전 3개월 동안 속임수 사이트와 편파적인 블로그가 만든 가짜 뉴스 가운데 많이 읽힌 상위 20개 기사가 페이스북 안에서 871만1천 건의 공유나 댓글 같은 반응을 얻은 반면 주요 언론사들이 내보낸 뉴스 가운데 많이 본 20개 기사는 공유나 댓글이 736만7천 건에 그쳤다. 가짜 뉴스에 대한 주목도가 진짜 뉴스를 훨씬 앞선 것이다. 이런 가짜 기사는 선거가 임박할수록 조회수가 급증했다. 예상 못한 선거 결과의 후유증에 빠져있는 미국 주류 언론과 반(反)트럼프 성향의 사람들이 더욱 분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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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를 통한 그릇된 정보와 가짜 뉴스 전달의 역기능은 이미 예고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4년 세계 전망 보고서(Outlook on the Global Agenda 2014)에서 앞으로 전개될 10대 트렌드를 소개하며 그 가운데 하나로 ‘온라인상의 그릇된 정보 확산(The rapid spread of misinformation online)을 꼽았다.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가짜 기사나 거짓 정보, 음모론이 인터넷에 판을 치고, 특히 SNS의 영향력을 통해 더욱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미국의 노스웨스턴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연구진은, 2013년 이탈리아 선거기간 중에 페이스북 사용자 230만명을 대상으로 의도적으로 거짓 뉴스를 흘려 보내는 실험을 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가짜 정보에 잘 속는지, 기존의 언론 기사에 대한 반응과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진짜 뉴스든 가짜 뉴스든 내용의 진위에 관계 없이 페이스북 사용자들의 관심과 반응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허위 정보나 거짓 뉴스가 SNS에서 얼마든지 생존능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선거에 활용돼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의 선거 결과가 오로지 SNS의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힐러리 클린턴이공식 여론조사에서 한 번도 뒤지지 않고 줄곧 앞서 있었다면 도널드 트럼프는 SNS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혀 사실이 아닌 정보와 뉴스가 SNS 공간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 여론과 반감을 확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지층의 결집과 이탈 방지, 외연 확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선거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선거가 아니더라도 그릇된 정보와 허위 기사는 개인의 명예 훼손은 물론 사회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소통의 광장인 SNS의 어두운 단면이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 저커버그는, “전체 뉴스 공급량에서 가짜 뉴스의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인의 절반 가량이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를 앞두고 사실이 아닌 조작된 민감한 기사가 전혀 걸러지지 않은 채 버젓이 게재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페이스북은 뒤늦게 가짜 뉴스에 대한 판별 능력을 강화하고, 신고절차를 간소화하며, 제3의 검증체제를 마련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것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사전에 문제되는 콘텐츠를 원천 봉쇄하기도 어려울뿐더러 페이스북이 진정 가짜 뉴스나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소통과 개방을 무기로 하는 SNS 공간의 특성상 게시물의 완벽한 통제는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더욱이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가 더 많이 유통되고 공유될수록 광고가 늘어나고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은 이미 종이 신문을 뛰어 넘었다. 기존 언론매체보다 더 큰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녔고, 사실상의 미디어 역할을 하면서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IT기업으로만 규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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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옥스포드 영어사전은 ‘포스트 트루스(Post-truth)’를 2016년을 상징하는 단어로 선정했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인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현상’을 의미한다.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와 다름없이 거리낌없이 유통되고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SNS 공간 자체만의 문제만이 아닌 이런 ‘탈(脫) 진실’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실 여부를 따지지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심리가 은연중에 만연돼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디지털 시대, 정보의 홍수와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기득권에 대한 어깃장이 이런 분위기로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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