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애니메이션이 문화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지만 만화는 수십년 전만 해도 어른들의 눈에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 쉽게 빠져들어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한다는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이 만화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는 분야가 있다. 게임이다.

애니메이션과 게임은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지구촌 누구나 즐기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고속 성장 산업이 되었다. 그런데 만화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게임, 특히 청소년들의 게임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중독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특이한 보고서가 나왔다. 미성년자의 게임 중독 문제가 완전 해결되었다는 중국 음악영상저작권관리협회 게임출판위원회의 보고서다.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비판하던 중국은 2021년 8월 말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일주일에 3시간으로 강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1년 2개월이 지나 공개된 보고서는 청소년의 75%가 게임 시간을 규정대로 줄였다는 사실을 알렸다. 정책은 성공했고, 청소년들이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력한 통제 국가인 중국의 청소년들이 게임에 대한 자율성까지 익혔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 외신은 보고서를 다른 시각으로 읽었다. 중국 정부가 게임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본 것이다. 세계 1위, 7년 연속 가파른 성장을 보이던 중국의 게임 산업은 2022년 상반기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규제 탓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인민일보가 비디오 게임을 ‘국가 산업 구성과 기술 혁신에 큰 의미가 있는 산업’이라고 적시했다.

한국의 게임 산업 규모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의 2021년 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주중 2.53시간, 주말 2.88시간이다. 주중 하루에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평균 4.91시간인데 절반 이상을 게임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사뭇 다른 조사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는 국민 74.4%가 게임을 즐겼다. 취학 자녀가 있는 학부모의 59.3%가 자녀와 함께 게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누구나 즐기는 대중 콘텐츠가 된 것이다.

2022년 7월 개정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안은 기존의 문학, 미술, 음악 외에 애니메이션, 뮤지컬과 더불어 게임을 문화 예술 범위에 추가했다. 게임의 법적인 위상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에 게임을 넣었다. 각 국 정부가 게임중독을 정식 질환으로 분류해 관리하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소관 부처별 관련 당사자별 이해 관계가 엇갈려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디지털 치매를 걱정하고, 과몰입에 따른 폐해를 줄이기 위한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활동이 크게 부각되었다. 하지만 모든 생활의 중심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결국 분별력, 자율성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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