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드론 KUB-BLA의 잔해로 추정되는 사진이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의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 올라왔다. KUB-BLA는 목표물을 찾아 자폭 공격하는 카마카제 드론이다. 전설적인 AK-47 소총 제조업체 칼리니코프의 계열사인 잘라 에어로(Zala Aero)가 개발해 2019년 세계 무기전시회에 처음 선보였다.

휴대용 발사기에서 쏘아 올려 프로펠로 동력으로 움직이는 날개 길이 1.2m의 이 드론은 30분 동안 시속 120km로 날 수 있고, 목표몰에 충돌해 3kg의 폭발물을 터뜨린다. 낮게 날기 때문에 방공망을 피할 수 있다. KUB-BLA이 주목을 받은 것은 하지만 이런 제원 때문이 아니다.

Felix Woessner 트위터 캡처

잘라 에어로의 홈페이지에는 이 드론이 목표물 찾아 공격하는 두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동으로 원격 조정하는 방법과 표적 안내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공격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후자의 경우 물체를 지능적으로 감지하고 분류해 알아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AI와 결합한 자율 공격 무기, 킬러 로봇일 가능성을 암시한다.

러시아가 이 드론을 실제 운용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AI와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통제를 받지 않는, 스스로 판단 능력을 갖춘 무기의 실전 투입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공격 무기 드론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도 최근 우크라이나에 100대의 자폭 드론을 제공하기로 했다.

터키의 방위산업체 STM이 개발한 KARG 드론은 인간의 개입없이 공격 목표를 찾아가 바로 앞에서 자폭한다. 2021년 3월 이 회사의 KARG-2가 리비아에서 인간 표적을 상대로 실제 사용되었다. AI 드론에 의한 정밀 타격이 무고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손을 벗어나 기계가 전쟁을 수행하는 길을 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KARG, STM 홈페이지 캡처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이스라엘, 터키 등 세계 여러 나라가 이미 인간의 판단 과정 없이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 AI 무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실험하고 있다. AI 드론 뿐 아니라 AI 소총, AI 탱크, AI 군함, AI 로봇 군인에 이르기까지 신개념 무기 체계에 인공지능이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정밀성과 효율성, 그리고 명분을 내세워 이런 무기들이 테러 진압 등 국지전에 조금씩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국방부는 책무성과 공정성, 추적가능성, 신뢰성, 통제가능성을 AI 윤리 지침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수행할 AI 자율 무기의 윤리성과 그 판단 기준은 명확히 적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AI 무기들을 규제하기 위한 국제 협약도 지지부진하다.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준과 대상을 정하지 못한 채 저마다 은밀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기저에는 군사력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동상이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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