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경제 회복에 디지털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들이 숙련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데 애로를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찍이 초중등 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디지털 교육에 투자를 집중해온 영국조차 “재앙적인” 디지털 기술 부족의 “재해”로 향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와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의 씽크 탱크인 ‘더 러닝 앤 웍 인스티튜드The Learning & Work Institute’에 따르면, 중등교육 일반인증(GCSE: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에서 IT 과목을 수강하는 청소년의 수가 2015년 이후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조사에서 청소년의 70%는 직장에서 디지털 기술을 교육 받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업주는 절반 정도만이 그런 교육을 할 수 있다고 응답해서 양측의 기대 수준에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또, 고용주의 70%는 직원들의 디지털 기술 부족이 회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산업계의 디지털 전문 인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엑센추어Accenture는 AI, 클라우드, 로봇 기술에 대한 시장 요구가 특히 그러하다고. 2020년 영국 노동시장에서 기술관련 구인 광고가 57% 감소했지만, 7월 이후로 로보틱스 기술에 대한 수요가 북부 여러 도시에서 극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리버풀에서는 115%, 리즈에서는 253%, 그리고 뉴캐슬에서는 무려 450%가 늘어났다.

보고서가 파악한 영국의 디지털 인력 부족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로봇 기술”등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중등학교에서 IT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의 수는 2015년 이후 급속히 감소하여 심각한 디지털 기술 인력 부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회복에 있어서 치명적인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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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많은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술을 배우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연구를 의뢰한 월드스킬 유케이Worldskill UK의 대표인 닐 벤틀리-곡맨 박사 Dr Neil Bentley-Gockmann는 네 가지를 들고 있다.

  • 특정 분야에서 명확한 직무 역할 규정의 부족
  • 관련 역할 모델 부족
  • 잠재적 진로에 대한 이해와 지도 부족
  • 청년들, 특히 젊은 여성들의 기술 관련 직업에 대한 관심 부족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로 인한 노동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은 노동의 본질, 조건, 환경, 역할 관계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개별 직군에서 수행하는 직무 역할이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이다. 청소년들은 그들이 선택할 직업이 어떤 것이며,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들이 본받을 사례를 보기는 더욱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디지털 기술을 배울 동기를 찾기는 어렵다. 이 두 가지 요인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 이유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기성세대의 역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벤틀리 박사는 “교사들 스스로가 예상되는 직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사회 변화에서 단절되고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기에 소극적이었던 학교가 아이들이 살아 갈 미래에 대해 아무런 비전의 제시도, 실질적인 준비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은 교육이 ‘위기’를 지나 ‘종말’로 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수학과 과학, 그리고 기술 분야에 여성 인력이 부족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회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여성이 그 영역에서 남성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는 왜곡된 성 역할 관점은 여전히 깊게 자리 잡고 있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인공지능 전문가 그룹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대에 머물고 있을 정도로 첨단 기술 부문에서 성적 격차는 심각하다.

보고서는 예견되는 재앙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학을 비롯한 교육의 개혁, 디지털 교육에서 기업의 역할 확대, 여성과 비전공자들에 대한 더 많은 교육 기회의 제공을 촉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영국은 다른 어느 사회보다 디지털 대전환을 앞서 준비해왔다. 정부와 의회는 디지털과 인공지능 시대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마련하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인력 양성을 중요 과제로 설정하고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중등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했으며, 디지털과 인공지능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보고서가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을 이야기하고, 교육당국과 교육청은 갑자기 ‘인공지능 교육’을 목소리 높여 외치고 사교육은 새로운 사업거리에 환호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네트워크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20년이 넘는 구형 컴퓨터조차 몇 대 되지 않았던 학교는 얼마나 변했을까?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요 조합원의 딸이 전해준 현실은 괴기스럽다. 중학교 시절에 소요와 함께 디지털을 배우고, 디지털로 학습해온 그 친구는 인공지능 전문가의 길에서 미래를 찾았다. 고등학교에서 그 꿈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함께 할 친구도 도움을 줄 교사도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한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영국의 교육조차 ‘재앙’이라는 표현을 담을 정도로 미래를 준비하는데 부족하다면 우리의 교육 앞에는 어떤 단어를 붙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 사회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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