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동네 가로등에 붙은 한 장의 전단지가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내용은 간단하지만 강렬했습니다.

“수능전문, 원하는 점수를 만들어 드립니다.”

점수를 ‘만들어 준다’니.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교육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이라도 되는 양, 점수를 제조해주겠다는 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문장은 오히려 오늘날 한국 교육의 민낯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는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 배움은, 스스로 고민하고 실수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느리고 고된 과정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구매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과외도, 학원도, 컨설팅도 모두 ‘점수’를 상품처럼 포장합니다. “수능 만점 전략”, “내신 1등급 비법”, “수시 완성 패키지”라는 광고 문구들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교육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부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학생은 그저 시키는 대로 문제를 풀며 ‘나의 점수’를 기다립니다. 점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마치 뽑기처럼 운에 기대거나 돈으로 사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한 장의 전단지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지 않을 뿐,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사야 하는 무엇’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 인식이 모여 결국 “원하는 점수를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문장을 거리 한복판에 당당히 붙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혹시 전화번호 필요하신 분?

인쇄하기

이전
다음
0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