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아카데미쿱과 협동조합 소요는 아이들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교육의 방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교육의 기록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우리 교육에 새로운 철학교육을 위한 문제 의식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실험에는 아카데미쿱의 다섯분 젊은 선생님들과 소요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개요

• 제목 : 거짓말을 해도 될까

• 주제 : 거짓말, 정당화, 칸트, 이성, 인터넷, 익명

• 교재 :  <Philosophy for Kids> David A. White, Ph.D.

• 대상: 광진구 초등학생

• 멘토: 아카데미쿱 배희열


대화

우리 아이들은 거짓말을 많이 하는 편인가요? 아, ‘거짓말’이 무슨 뜻인지 정의를 한 번 살펴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간단히 정의하면 ‘거짓말’이라는 것은 무언가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 사실이라고 말하는 거지요. 우리는 거짓말은 옳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언제나 나쁠까요?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표현도 있으니, 무조건 옳다, 그르다 하고 쉽게 말하고 끝내 버릴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진실을 지키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진실을 말하는 것은 언제나 의미가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할 법한 상황을 몇 가지 소개했습니다. 대답하기 전에 각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나라면 이 경우에 거짓말을 할 것인지 혹은 진실을 말할 것인지 솔직하게 말해보도록 했습니다.

1. 누가 내게 저녁 식사 전에 과자를 먹었느냐고 묻는다면(나는 실제로 과자를 먹었다), 거짓말로 아니라고 대답하겠는지?
– 모두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뭘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하냐는 반응이었어요.

2. 지*이가 전혀 예쁘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 윤*는 실제로 그 옷이 최악이라고 생각하지만, 친구에게 예쁘다고 말할까?
– 진짜 친한 사이고, 그 친구가 내 칭찬을 듣고 자존감이 높아진다면 예쁘다고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서*이는 그냥 무시한다고 말했는데 홍*가 웃으면서 ‘또 제 삼의 대답을 했어’라고 해서 같이 웃었습니다.

3. 만약 내가 싫어하는 담임 선생님에 대해 거짓말을 해서 그 선생님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나?
– 다들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두 안 그러겠다고 대답했습니다.

4. 대학 입학원서에 거짓말을 써서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나?
–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솔직히 이렇게 하고 싶을 것 같다고 대답했더니, 다들 의아해했습니다. 동*이가 ‘그러면 안 되죠’라고 했고요.

5. 거짓말을 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나?
– 남한테 피해가 가는 거라면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배쌤은 부자가 될 수 있다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요.

6. 거짓말을 해서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나?
– 모두 거짓말을 하겠다고 대답했습니다.

위의 여섯 가지 질문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네’라고 답했다면 ‘거짓말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와 생각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우리는 진실을 왜곡합니다. (칸트가 말한 바로는) 거짓말을 하면 우리 자신도 피해를 보지요. 칸트는 ‘올바른’ 이유로 ‘올바른’ 말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거짓말은 ‘의도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는 행동’이므로 옳지 못하다고 여긴 것입니다.

칸트는 특별한 사정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해도 그것은 ‘옳지 못한 행동’을 ‘올바른 행동’으로 왜곡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 표현을 헷갈려 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해줬습니다) 칸트의 주장대로라면 이 행동은 우리의 정신과 도덕성에 혼란을 준다는 것이지요. 칸트는 ‘선한’ 결과를 얻기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모순일 뿐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본성이 이성적이라면 거짓말은 언제나 옳지 못하다고 하는 겁니다.

거짓말을 하면 우리의 이성적인 본성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칸트는 다른 이를 도와주려는 의도로 거짓말을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본성에 해를 끼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명하다 보니 아이들 입장에선 칸트가 굉장히 고지식한 사람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렇다면 고지식한 것이 과연 나쁜 것일까? > 뭐든 너무 과한 건 옳지 않다 > 과한 건 누가 정하는 기준인가. 끝도 없는 토의를 할 판이어서 얼른 다시 주의를 집중시켰습니다.

칸트는 모든 인간은 이성을 갖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성은 너무 중요해서, 아무리 결과가 좋다 해도 그 결과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이성을 보존하는 게 훨씬 낫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목적(예컨대 사람의 목숨)이 수단(그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합니다. 이 논리는 배쌤이 살면서 자주 되새기는 것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수업 초반에 아이들에게 제시한 상황에는 어떤 규칙이 있습니다. 번호가 높아질 수록 심각한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또한 사례 중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사례가 있는 한편 다른 사람과 관련된 것도 있습니다. 거짓말하는 것을 무조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칸트를 만약 만날 수 있다면, 우리는 ‘거짓말이 정당화되는 상황’을 어떻게 그에게 설명해줄 수 (설득할 수) 있을까요?

또 거짓말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요? 사이버 공간에서 흔히 본명을 지우고 익명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거짓말일까요, 아닐까요. 같은 상황을 겪은 두 사람이 다음 날 다르게 상황을 기억한다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거짓말인 줄 모르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우리는 친구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요?

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인쇄하기
이전
다음
1+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