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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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에 개가 죽었다. 14년을 함께하였는데 한 동물병원 수술실에서 산소마스크를 한 채로 우리 가족의 슬픔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지난주에 또 다른 개가 죽었다. 직장 동료의 딸이 개와 산책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그 가족은 비통한 마음으로 화장장까지 동행했다. 개는 ‘키우던’ 가축이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이 됐다.

국내에 반려동물과 사는 인구가 1천만을 넘어섰고, 동물의 죽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펫로스 증후군’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처음 죽음을 경험하는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한국 사회에서,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는 없다.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반려동물의 죽음은 ‘관계의 끝’으로만 받아들여져 불안과 상처만 남기는 것이다.

죽음이 문제라면 영원히 사는 ‘반려로봇’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최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읽고 반응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일본의 ‘페퍼’는 노인요양병원, 상점 등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확대해가고 있다. 아프지 않고 죽지 않는 반려로봇의 등장은 시간문제이고, 우리 아이들은 그 로봇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 로봇과의 영원한 관계가 영원한 행복이 될 수 있을까? 살다가 그 로봇이 싫증이 나면 폐기할 것인가? 생산이 중단된 가족로봇의 부품을 살 돈이 없을 때 우리는 포기할 수 있을까? 반려로봇의 수명을 법적으로 정해야 할까? 반려동물이든 반려로봇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뿐이다.

아이들과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 죽음이 ‘생명의 끝’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하자. ‘모든 생명체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자. 모든 생명은 귀하고 삶의 매 순간이 소중한 것임을 가르치자. “죽음은 진정한 행복의 문을 열어주는 열쇠다”라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말을 디지털시대에 되돌아보는 이유다.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한겨레신문(http://www.hani.co.kr) ‘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칼럼을 위해 작성된 글입니다.
2016년 10월 3일 온라인으로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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