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9일, 생중계로 진행된 맞대결에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aGo)는 한국의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을 무릎 꿇렸다. AI가 처음으로 인간을 넘어선 날로 기록되었다. 이날의 대결로 AI 시대는 다가올 미래가 아닌 이미 당도한 현실이 되었다.

7년이 흘렀다. 그리고 세계는 지금 새로운 모습의 AI, 챗GPT 광풍에 휩싸였다. 인공지능은 산업과 일상 생활에서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우리 곁에 스며들었지만 지금의 챗GPT는 알파고와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파가 되었다.

시사저널 캡처

구글에서 챗GPT 기사를 찾아봤다. 2월 11일 기준 무려 646만건이 검색되었다. ‘챗GPT, A키로 노래하나 작곡해줘… 일상 파고든 챗GPT’, ‘요즘 사무관들이 챗GPT 쓰는 법… 행안부도 업무 매뉴얼 제작 중’, ‘인류의 개인비서가 된 챗GPT’, ‘밸런타인 데이 챗GPT 활용법… AI 잘 쓰면 사랑꾼’, ‘중꺽마 알아?… 우주 강아지도 그리는 챗GPT’, ‘챗GPT에 설교문 쓰게 하고, 기도하는 법 물었더니’ 등등. 일부러 기사를 추린 게 아니다. 24시간 안에 쏟아진 국내 언론 기사 제목의 일부다.

챗GPT는 세계 최대 인공 지능연구소 오픈AI가 개발했다. 계정을 만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다국적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출시 두 달 만에 이용자가 1억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틱톡이 9개월, 인스타그램이 30개월만에 1억명을 돌파한 기록이 무색해졌다. 그 확장성이 핵폭탄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AI 캡처

사실 방식면에서 보면 챗GPT는 기존의 챗봇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능력은 차원을 달리한다. 단순한 질문 답변이 아니라 대화의 정확한 맥락 파악이 가능하다.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오류도 검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 앞서 소개한 몇 개의 기사 제목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인공지능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평가다.

챗GPT에 시골책방 운영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지 직접 물어보았다. 세심한 계획과 주의가 필요하다며 8가지의 팁을 알려주었다. 타겟층을 분명히 하고, 그에 따른 책을 선별하며, 소셜 미디어 등을 잘 활용하고, 북클럽이나 저자 사인회 등 이벤트를 준비하고, 친근한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주변의 다른 가게와 협력하고, 온라인 판매에 대한 고려와 함께 우수 고객 서비스 제도를 운영하라고 권했다.

챗GPT의 등장은 글로벌 IT제국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이 챗GPT를 품었다. 구글링(Googling)으로 대변되는 검색천국, 시장점유율 90%가 넘는 정보의 절대지존, 그 구글의 지위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었다. 비슷한 형태의 대항마인 AI 챗봇 바드(Bard)를 구글이 서둘러 내세운 이유다.

챗GPT 광풍은 신속하게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놀라운 생산성과 더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대중성에 기반한다. 논문을 작성하고,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코딩을 하고, 기획안을 만드는 것을 넘어 다양하게 진화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인류의 충직한 동반자로 칭송을 받을수록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도 커진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기술의 명암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단순한 오류 가능성만 아니라 챗GPT는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도전이 될 수 있고, 무수한 악용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미 문제가 불거졌다.

챗GPT 개발자 역시 이런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오픈AI의 최고기술책임자는 지금의 열풍을 미처 예상치 못했다며 윤리적 악용 가능성을 제기하고, AI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철학자, 사회과학자, 예술가, 인문학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알파고에서 챗GPT, 그리고 또 다른 AI로, 인공지능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그만큼 인류가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아졌다. 다만 인공지능은 결코 인간을 대신한 인공지성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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