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와 농작물도 좀 가꾸며 살다 보면 소형 화물 트럭이 필요할 때가 제법 있다. 농기계를 고치러 갈 때 일반 차량으로는 운반하기가 쉽지 않고, 겨우내 불을 때는 벽난로의 참나무 땔감은 직접 가서 싣고 오는 게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이게 아니더라도 시골에서는 승용차로는 어려운 이런저런 짐들을 날라야 할 때가 많다. 주위에 1톤 트럭을 자가용 겸해 타는 이들이 꽤 많은 이유다.

지난해부터 나도 1톤 트럭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책방을 하는 아내가 가끔 도서관에 책을 대량으로 납품하는 경우가 있어 구실은 더 많아졌다. 이때 다가온 게 전기차다. 1톤 트럭 포터2와 봉고3가 전기차로 출시된 것이다. 바야흐로 전기차의 시대, 바로 이때다 싶었다. 완충시 200Km로 운행 거리가 짧은 게 흠이었지만 바로 영업소에 연락해 예약했다. 배터리 가격이 비싼 전기차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이 필수이기 때문에 배정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대금도 그때 지불한다.

이렇게 대기하던 중에 뜻밖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이란 이름의 픽업트럭 모델을 공개하고 예약을 받고 있었던 것. SF 영화에서 나올 법한 특이한 모습의 이 차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채 사전 주문을 받고 있었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었다. 운행거리가 1톤 전기 트럭의 2배인 데다 제시 가격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더구나 보증금 10만원으로 주문이 가능해 곧바로 신청했다.

그리고 몇 달을 잊고 지내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자동차 영업소에서 연락이 왔다.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됐으니 구입 절차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즉각 탈 수 있는 국내 1톤 전기 트럭을 구입할 것인지 아니면 사이버트럭을 더 기다려야 할 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제조사의 이름과 차의 성능에 마음이 더 쏠렸다. 결국 봉고3EV의 구입 기회를 포기했다.

최근 국내 1톤 전기 트럭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기현상이 나타났다고도 했다. 정숙성과 파워, 세제 혜택과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 전기차의 일반적인 강점과 더불어 화물 영업용 번호까지 받을 수 있는 장점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기 신청자가 밀려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은 당초 올 하반기에 출시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확한 시기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3월 2분기중에 사이버 트럭의 최신 사항을 공지하겠다고 했지만 6월이 다 가도록 아직 언급이 없다. 내년에 2만대, 2023년에 5만대, 2015년에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건 스탠리의 분석 보고서가 언론에 비쳤을 뿐이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트럭의 사전 주문은 이미 100만대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얼마나 기다려야 차를 구입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설사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해도 국내 도입 절차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에 전기차 구입에 따른 보조금과 각종 혜택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전기 화물차를 구입하려다 낭패에 빠졌다.

국내 완성차 노조 대표들이 청와대에 자동차 산업의 미래 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현대차 노조는 친환경차 등 신사업 관련 부품과 완성품을 반드시 국내에서 생산할 것을 회사 측에 요구했다. 시장 변화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BMW, 폭스바겐, 아우디, 포드, GM은 이미 수 천명씩 인원을 줄였거나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시골에 살면서 기약 없이 전기차 구입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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