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 1월 20일이었습니다. 오늘은 7월 20일, 꼭 6개월이 지났습니다. 2019년 12월 31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진앙지가 된 신종 바이러스는 열흘 만에 한국에 상륙했고, 지구촌 전체로 퍼져 언제 끝날지 모를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어제 하루 26만명 늘어난 천440만명, 사망자는 60만4천명으로 7천4백여명이 증가했습니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모범 국가로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당국의 적절한 대응과 전국민의 협조가 뒷받침했습니다. 그런데 방역을 책임진 질병관리본부의 권준옥 부본부장이 어제 사과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부각하지 않은 사실을 반성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각 국의 지침을 그대로 적용해 처음부터 적극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시 ‘코로나 공포와 마스크 전쟁’이라는 글에서 전국민 마스크 구하기 열풍이 공포와 불안심리를 자극한다며 지나친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WHO와 방역당국의 지침을 인용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초기 6가지 행동수칙에 마스크 착용은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라고만 적시했습니다. 외출시 마스크 착용도 65세 이상이나 임신부, 만성 질환자 등으로 국한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바뀌었습니다.

길게 늘어선 마스크 구하기 행렬은 갑작스런 수요 폭증에 따른 것으로,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안전을 지키려는 자구책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마스크 착용은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미세먼지에 감기만 걸려도 마스크를 쓰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마스크 착용에 거부감을 느끼는 서방 사회와는 문화가 달랐습니다. 방역 모범국가의 이면에는 이런 사회적 배경이 작용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를 쓰지 않을 경우 착용할 때보다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5배 높다고 설명합니다. 6개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입니다. 2m 이상 거리두기가 어려운 실내의 경우 마스크 쓰기를 권장하고, 특히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프랑스는 대중교통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공공장소에서만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가 최근에 이를 실내로 확대했습니다.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나라는 미국입니다. 383만명이 감염되었고, 14만 3천여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런데도 대처 방식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지만 대통령은 마스크 의무화에 반대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온 대통령의 모습이 화제가 될 정도입니다.

우리와 달리 미국 사회는 마스크 거부 정서가 있다고 합니다. 상점 경비원이 고객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을 간섭과 자유의 박탈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마스크 의무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마스크 착용에도 남녀 차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마크스 착용에 더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미들섹스대학(Middlesex University)과 미국 버클리 수학과학연구소(Mathematical Science Research Institute) 연구진이 2천5백여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였더니 집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았습니다. 남성이 마스크를 꺼리는 이유로 부끄럽고 나약하게 보인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마초적이고 허세 부리기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합니다.

예측이 가능하고, 통제할 수 있는 문제는 해결하기 쉽습니다. 반 년이 넘도록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를 전망하기 어려운 것은 예측과 통제가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미국 전염병연구정책센터(CIDRAP)는 코로나 팬데믹이 앞으로 18~24개월까지 계속될 것 같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하지만 소멸할 지, 독감처럼 주기적으로 반복될 지, 지속적으로 유지될 지 누구도 확실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마스크로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마스크를 대신할 마땅한 보호 장비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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