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책망함(責子)

허연 머리털이 양옆 살쩍을 덮고

살갖도 이젠 윤기가 나지 않는구나

비록 아들은 다섯 놈이 있건만,

아무도 종이나 붓을 좋아하지 않는다.

서(舒)는 벌써 열여섯이지만

게으르기 짝이 없고,

선(宣)은 열다섯이 되지만

학문을 좋아하지 않네.

옹(雍)과 단(端)은 열세 살인데

여섯 일곱을 알지 못하며,

통(通)은 아홉 살이 되지만

배(梨)와 밤(栗)을 찾기만 하네.

하늘이 준 자식이 이러할진데

술이나 해야겠다.

도연명((陶淵明·365~427년)

 

SKY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서울대에 목숨을 거는 부모들의 이야기다. 시청률이 압도적이다. 그 시청률에 나와 내 아내도 끼어 있다. 내용은 웃기면서 슬프다가 스릴러로 가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이 드라마를 보는 관전 포인트가 다르다. 아내는 돈 있는 사람들의 사교육이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 실체를 궁금해한다. 난 다른면, 그러니까 부모의 심정(마음)을 본다.

드라마에 나오는 부모들은 저 마다의 숨겨둔 트라우마가 있다. 가난(돈), 학벌, 인맥, 관계, 권력.. 그래서일까.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겪어던 트라우마를 겪게 하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한다. 너는 나같이 살면 안돼! 또는 너는 나같이 살아야지! 하면서 말이다.

현실로 돌아와 주위를 둘러보면 트라우마 세습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듯하다. 정도의 차이일뿐. 부모의 트라우마는 여기저기서 자식에게 유전되고 있다. 어렸을적 장난감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어떤 아빠는 아이에게 장난감 사주는데 거액의 돈을 주저없이 지불한다. 학벌에 치여 자신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열등감에 빠진 아빠는 죽어라 돈 벌어 아이의 사교육에 퍼 붓는다. 어렸을 적 늘 배가 고팠던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주(손녀)들에게 밥을 시도 때도 먹인다. 아이구, 우리 강아지 굶으면 안된단 말이지. 하면서 말이다.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It Didn’t Start with You >(마크 월린Mark Wolynn , 심심출판사 2016)에서는 부모의 어렸을적 상처와 아픔이 어떻게 아이에게 유전되는가를 설명한다. 살펴보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 죽었거나, 그 일이 오랜 세월 침묵 속에 묻혀 있었다고 해도 그 경험과 기억, 신체감각의 파편이 과거로부터 빠져나와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내용이다.

부모의 트라우마가 이게 다 너를 위한거!라는 ‘사랑’의 가면을 쓰고 아이들에게 더 크고 깊은 트라우마를 세습하고 있는것은 아닌가. 나의 트라우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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