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아카데미쿱과 협동조합 소요는 아이들이 넘치는 정보 속에서 ‘참과 거짓’, 그리고 ‘옳고 그름’을 판별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주기 위한 철학교육의 방향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교육의 기록입니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우리 교육에 새로운 철학교육을 위한 문제 의식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실험에는 아카데미쿱의 다섯분 젊은 선생님들과 소요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개요

• 제목 : 당신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람입니까

• 주제 : 정의, 정당

• 교재 :  <Philosophy for Kids> David A. White, Ph.D.

• 대상: 송파지역 초등학생

• 멘토: 아카데미쿱 심우열

 


도입


간단한 사례로 수업을 시작했다. 친구의 계산기를 빌렸는데, 친구가 물건을 돌려달라고 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아래의 네 개의 보기 중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물었다.

A. 친구에게 내가 여전히 계산기가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B. 언젠가 계산기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오래 가지고 있는다.
C. 돌려준다. 계산기는 내 것이 아니라 친구 것이니까
D. 친구는 또 사귈 수 있다. 계산기를 그냥 가진다.

아이들의 첫 번째 답변은 이랬다.
A : 인*, 석*
B : 지*, 희*, 윤*
C : 준*

아이들의 대답은 정의 혹은 정당하다는 관점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고른 것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행동’이 아니라 ‘정당하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고를 것을 다시 요구했다. 그랬더니 선택이 달라졌다.
A : 지*, 희*
C : 인*, 윤*, 준*, 석*


A나 B를 택한 사람은 친구의 재산이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D를 택한 사람은 우정보다 물건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 사람이다. 아이들은 친분의 정도에 따라서 물건을 돌려줄지 말지에 대한 선택도 달라진다고 했다. 책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기준이다. 준*이나 희*이는 친할수록 물건을 돌려줄 것 같다고 했고, 지*과 인*, 그리고 석*는 그 반대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C를 택한다. 그 이유는 C의 문장 ‘계산기는 내 것이 아니라 친구 것이니까’에 있다. 어떤 것이라도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빌렸으면 돌려주어야 한다. 도덕 교과서에서 말하는 정의에 가장 가까운 행동은 C인 것 같다. 선생님은 A를 한 번 시도해보고, 친구가 정말로 그 물건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 때는 C를 택하겠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여기에도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물건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이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심화


예를 들어, 내가 친구에게 무기를 빌렸는데 어느 날 친구가 그것을 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내가 친구의 물건을 빌려서 쓰고 있던 동안 친구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져서 그 무기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면 그 무기를 친구에게 돌려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이번에도 네 개의 보기를 주고 어떤 것이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는지 판단하게 했다.

A. 무기를 돌려주지 않는다: 친구가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기를 돌려받으면 무슨 일을 할 지 모른다.
B. 무기를 돌려준다: 어찌 되었든 그것은 친구의 것이니까.
C. 철학자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인지 물어본다.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인지 알 수 있으면,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도 알 수 있다.
D.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전문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아이들의 답은 다양했다.

A : 지*, 석*
C : 윤*, 준*, 인*
D : 희*
앞에서 아이들은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물건을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런 경우가 그 ‘타당한 있을 때’에 속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C나 D를 택한 아이들도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 특히 C를 택한 아이들에게, 만약 철학자가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고 조언을 한다면 어떻게 할지 물었다. 아이들은 그럴 경우에 A로 선택을 바꿀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의 물건은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정의로운 행동이다. 아이들의 말에 따르면 ‘정의’의 기준에는 거기에 더해서 뭔가 다른 내용이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확장


여태까지는 내가 받은 도움을 갚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이번에는 이걸 뒤집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우리는 친구뿐만이 아니라 적에게도 정의로워야 할까? 즉, 내가 피해를 받은 만큼 똑같이 되갚아주는 것이 정의로운 것일까? 누군가가 나에게 나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그대로 되갚아주는 것은 왠지 나도 나쁜 사람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꺼림칙한 기분이 든다는 사람이 있었던 반면, 내가 당한것보다 더 많이 되갚아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것과 연결해서 아이들이 네트워크 상에서 겪을 수 있는 사례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Q. 친구가 SNS의 내 글에 악성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악성 댓글에 악성 댓글로 대응해야 할까요?
– 그 친구의 댓글을 지워 버리겠다. 굳이 그런 애와 싸울 이유가 없다.

Q. 나쁜 일을 한 사람을 온라인에서 비난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요?
여기에 더해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나쁜 일의 기준이 뭐지? 내 기분을 상하게 하면 나쁜 행동인가? 아니면 규칙이나 법을 어기는 것이 나쁜 행동인가? 깊게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다.
– 잘못에 대해서만 지적하고, 인신공격을 하면 안 된다.
– 위의 답과 대립되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 나쁜 일을 한 사람은 어떤 욕을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Q. 나쁜 일을 한 사람의 개인정보를 알아내서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요?
다양한 답변이 있었다.
– 경찰서에만 알린다.
– 오프라인에만 소문낸다.
– 온라인에 다 공개해버리겠다.

Q. 온라인에서 자신을 숨기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욕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알고 보면 인터넷에서 나를 욕하던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을 의심하고 무서워하게 된다.

Q. 온라인에서 친구가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괜찮은가요?
– 원래는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돕기가 쉽지 않다. 친구를 괴롭히는 카톡방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같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벌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가해자를 말렸다가 오프라인에서 다른 보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후기

오늘의 내용 수업은 여기까지였다. 생각보다 대화가 길어져서 6시 넘어서야 끝났다. 아이들은 배고프고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논의에 열심히 참여했다. ‘정의’나 ‘공정함’이라는 걸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대다수였는데, 그래서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것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인쇄하기

이전
다음
4+

소요 사이트를 방문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액수에 관계없이 여러분의 관심과 후원이 소요 사이트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협동조합 소요 국민은행 037601-04-047794 계좌(아래 페이팔을 통한 신용카드결제로도 가능)로 후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