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검색 문제는 지난 4월 11일, 디지털 오딧세이 1기 아이들의 활동 시간에 제시된 것입니다. 조금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1년 여 동안 익숙해졌는지 중학생들이 5분에서 10분 정도 시간에 답을 찾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물론 답이 없는 문제는 답을 찾지 못했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훌륭했습니다.  검색 과제는 언론이나 인터넷에서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의 하나인 화상회의 솔루션에 관한 것으로 다음과 같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인터넷 프로그램은 화상회의 앱이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줌어스(ZoomUs)입니다. 우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것을 사용해 온 앞서가는 사람들입니다.”

1.최초의 실험실 수준의 일대일 화상회의는 양방향 오디오와 단방향 영상신호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화상회의는 언제 누구 사이에 이루어졌나요?
2.화상으로 회의(video conference)를 하는 상용 시스템은 언제 어디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나요? 그리고 그 시스템의 가격은 얼마였나요?
3.AT&T는 2번 시스템을 이용하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공중전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뉴욕과 시카고간의 3분 통화요금은 얼마였고, 그 요금의 현재(2019년)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풀이의 비결, 영어 키워드와 인내

먼저 정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1927년,  벨연구소가 워싱턴 DC의 공무원과 뉴욕의 AT&T 회장을 연결
2. 1964년, 벨연구소가 뉴욕세계박람회에 출시한 Mod 1 Picture Phone
시스템 가격은 현재로서는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없음. 50만 달러 추정(??)
3. 27달러, 2019년 가치는 약 255달러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이 문제를 네이버 검색이나 구글에서 한글 키워드로 찾기는 어렵습니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시간의 투자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오딧세이 멤버들은 영어 키워드로 검색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아직 영어가 능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번역기를 활용합니다.

아이들이 주로 사용한 키워드는 “the first video conference”입니다. 구글 검색은 약 19억 4천만 개의 결과 중에서 “The History of Video Conferencing from 1870 to Today”를 제일 상단에 박스스타일로 보여줍니다. 라이프사이즈라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올라가있는 기사입니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니 줌어스와 같이 화상회의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이니 정보의 신뢰성은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는 화상회의의 역사가 1870년부터 지금까지 연대기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1927년을 보니 벨연구소가 워싱턴 DC의 공무원과 뉴욕의 AT&T회장과 양방향 오디오와 단방향 영상진호로 화상회의를 했다고 나옵니다. 1번 문제의 해답입니다. 같은 기사를 아래로 계속 스크롤 하면 1964년에 벨연구소가 뉴욕에서 열린 세계박람회에서 모드 1 픽처폰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시스템 가격 정보는 여기에 없습니다. 그 바로 밑에는 3번 문제의 해답이 보입니다. AT&T가 시작한 서비스 이름은 “비디오폰 부스”이고 3분에 당시 가격으로 27달러이고 그 것의 2019년도 가치는 약255달러라고 나옵니다.

이제 1번 문제의 두 번째 질문 ‘그 시스템의 가격’을 알아보아야 합니다. 앞의 키워드 결과로 나온 사이트나 페이지를 10개 이상 확인했는데도 원하는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정확한 제품이름을 넣어서 키워드를 다시 구성해봅시다. “mod 1 picture phone system cost”로 새로이 검색하니 첫 번째 결과로 “Western Electric Products – Picturephone”이 나왔습니다. 클릭해서 들어가 보니 Picture Phone에 대한 많은 정보가 나오지만 시스템 가격에 대한 명확한 정보는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본문 거의 마지막 부분에 인용한 기사 중에서 “60년대에 비디오폰의 가격이 거의 50만 불이었고 모즈리는 보도했다( Maudsley reports the cost of a video telephone in the 1960’s was nearly $500,000.)”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60년대에는 픽처 폰이 유일한 비디오폰 시스템이니까 그 정도 가격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구글 검색에서 영어로 키워드를 사용하고, 결과 리스트에 나오는 기사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내용을 살펴야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검색교육의 의미와 중요성

검색은 현재 무한한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검색 능력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역량입니다. 이미 학교 교육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정보환경과 폭증하는 정보의 양을 고려한다면 원하는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고 그것의 참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또 검색 과정이 훌륭한 지적 훈련입니다. 검색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제에 적절한 키워드와 질문을 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키워드와 질문을 고민하고 그 결과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탐색적 사고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 검색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찾는 정보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는 사고의 확장이 가능해집니다.

검색교육을 통해 학습에 바람직한 자세를 길러 줄 수도 있습니다. 검색에서 원하는 정보에 한 번에 도달하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질문과 키워드를 다듬어 가고, 결과 페이지에 리스트된 수많은 사이트와 웹페이지를 한 줄 할 줄 읽어가면서 범위를 좁혀나가는 과정은 시행착오와 인내를 요구합니다. 아이들은 검색 훈련을 통해서 지적 탐구 과정의 지난함과 그 결과로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낄 지적 기쁨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교육을 위한 좋은 검색 과제의 조건

일상에서 아이들과 대화중에 모르는 것을 검색을 통해 함께 알아보는 것은 훌륭한 교육이 됩니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검색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웹 정보의 특성과 검색의 원리, 그리고 고급검색 등 검색 방법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적절하게 구성된 과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검색 교육용 과제를 만들 때 염두에 두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는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의 검색 과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이들 마다 다른 관심 분야에서 문제를 찾는 것이 좋지만, 그룹으로 학습을 할 때는 시사성 있는 주제가 무난합니다. 요즘은 코로나바이러스나 위의 문제처럼 화상회의 관련 내용은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개인차는 있지만 최소한의 동기부여는 됩니다. 또 교육 대상의 지적 수준이나 검색 숙련도를 고려해서 적절한 난이도의 문제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복수의 문제를 풀게 합니다. 위에 예시를 든 문제는 화상회의를 그 실현 형태에 있어서, 실험적인 것과 상용을 구분하고, 기술도 양방향·일 방향 관점에서 보게 하고, 1968년의 27달러가 2019년에는 255달러의 가치에 해당한다는 화폐 가치의 변동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주제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두 개 이상의 출처에서 답을 찾게 해야 합니다. 웹의 정보는 분산되어 있으면서 또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소스의 정보를 서로 비교 검토하는 습관을 들이고, 파편화된 정보를 조직하고 구성하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한 개의 사이트나 페이지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답을 찾는 연습을 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한 페이지 내에서도 여러 단락을 읽어야만 찾을 수 있는 과제를 주는 것은 아이들이 꼼꼼하게 페이지를 살피는 습관을 길러 줍니다.

네 번째는 간혹 답이 모호하거나 없는 것도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제된 정보원, 즉 교과서나 참고서와는 달리 웹에서는 결과가 모호하거나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오픈된 생각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의 변화가 먼저다.

사람들은 검색을 쉽게 생각합니다. 익숙한 네이버에서 간단한 한글 키워드로 뉴스나 상품, 그리고 지식인의 내용을 검색하는 우리의 검색 습관이나 하이퍼링크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웹 정보 생태계가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지만, 검색은 결코 쉬운 것이나 가볍게 볼 것이 아닙니다. 인터넷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넘치고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하더라도, 사용자의 풍부한 지식과 높은 수준의 사고능력은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데 있어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능력은 누가 길러주어야 할까요? 당연히 그것은 교사든 학부모든 우리 기성세대의 역할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해야하고 또 할 수 있을까요? 진화학자 찰스 다윈의 말로 답을 대신합니다.

“최후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도, 가장 지적인 종도 아니다. 바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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