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고래 그물로 새우잡기

Photo by Myriam Zilles on Pixabay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가 또는 TV를 보거나 책을 읽다보면 번뜩 궁금한 게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럼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뒤적이게 된다. 하지만 ‘아하~ 그렇구나.’하며 검색 결과에 만족하는 건 열에 서너 번 정도였다. 만족도가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엔 만족스런 답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찾아보진 않는 나의 습도 한몫 거든다. 호기심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궁금증을 참아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에 스마트폰과의 씨름은 보통 5분을 채 넘기지 않았다.

물론 시간을 충분히 투자한다고 해서 원하는 정보를 잘 찾아내는 편도 아니었다. 이상하게 난 다른 사람보다 검색을 못했다. 필요한 정보를 찾지 못해 답답하고 아쉬워할 때마다 검색은 인터넷 고수만의 특혜라며 핑계를 둘러대곤 했다. 그러다가 디지털 세상에 입문하면서 내 서툰 검색의 원인이 검색 노하우와 주로 사용하는 검색 엔진의 성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얼마나 많은 정보 중에서, 어떤 검색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어떻게 검색하는가 등에 따라 정보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하지만 늘 쓰던 것에 익숙한 탓에 불평도 잘 안하고 다른 검색 엔진을 이용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태껏 난 고래 잡는 그물로 새우잡이에 나섰던 셈이었다.

검색과 관련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몇 년 전, 번역 과제를 하다가 ‘number facts넘버 팩트’란 개념이 생소해서 반나절 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경험이 있다. 애써 찾아본들 검색결과는 하나같이 궁금증 해소와는 거리가 멀었다. 검색에 대해 눈을 뜨게 된 날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구글 검색창에 넘버 팩트(간단히 말하자면 4+5=9, 9-5=4, 8*3=24, 24÷8=3과 같이 두 개의 숫자로 이루어진 간단한 계산식을 말함)를 바로 입력해봤다. 맙소사! 굳이 번역기까지 사용하지 않아도, 검색된 이미지 정보만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좋은 검색 엔진을 써야 하는 이유를 바로 실감했다.

레시피가 맛있는 요리를 100% 보장해줄 수 없듯이 고래든 새우이든 원하는 정보를 찾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일이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찾아낸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은 별개의 문제다. 그럼에도 정보 홍수의 시대에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검색, 고급 검색을 통해 양질의 정보를 자주 접하다보면 그만큼 정보에 대한 안목도 덩달아 상승한다. 깔끔한 일처리든 창의적 문제해결이든 그 시작은 바로 내가 쥐고 있는 정보에서 결정되는 경우 또한 많다. 정보를 낚는 어부로서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래도 예전처럼 새우를 잡는 데 고래 그물을 던지는 실수는 하지 않아서 좋다. 이제 이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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