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은 작년 6월 7일 ‘디지털 기술 위기(Digital Skill Crisis)’라는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이 보고서는 영국의 직업 종사자들이 디지털 사회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디지털 격차가 영국  경제에 큰 기회비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영국 의회는 디지털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정하고 교육기관, 산업체 및 정부간의 전략적 협업을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260만명의 영국 성인 인구가 기본적인 디지털 스킬이 부족한 ‘디지털 격차’의 상태에 있고 580만명이 인터넷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디지털 격차로 인해 영국 경제는 연간 92조 6천억원의 GDP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한다.

영국 사회의 디지털 격차는 학교와 산업, 그리고 정부기관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학교 컴퓨터의 22%가 적절하지 않은 상태이고, ICT 교사의 35%만이 필요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컴퓨터 과학 교사 정원의 70%만 채용할 수 있었다. 일자리의 90%가 디지털 기술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93%의 기술회사들이 관련 기술을 갖춘 인력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ICT 기술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력 개발로 인해 발전이 제한되는 일종의 ‘디지털 교착(digital impasse)’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영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 수십년 동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서 디지털 혁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 마저 나오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디지털 교착상태의 중심에 디지털 기술의 위기와 ‘디지털 격차’가 있다고 진단하고, 그 해결책으로 학교에서 디지털 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과, 학교와 기업 및 정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특히 학교 교육의 변화를 촉구한다. 디지털 교육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는 고성능 컴퓨터 환경을 제공하고, 부족한 교사의 수를 늘리고 자질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촉구했다. 그리고 코딩 교육등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과 확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을 보고서는 권고한다.

의회는 영국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국가 디지털 전략의 제시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고서를 마무리 하고 있다.

영국 의회의 보고서는 영국이 인공지능 등 ICT 분야에서 높은 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고, 2014년 세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초중등 교과 과정에 도입하는 등 오래 전부터 디지털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선도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리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디지털 혁명을 추진할 사회 구성원의 양성과 재교육이 전통적 교육 시스템으로서는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디지털 격차로 인한 디지털 교착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미래 교육 체계와 내용성을 담보하는 것은 모든 사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미도 불분명한 ‘제 4차 산업혁명’ 논의와 입시 정책 변화에만 매몰된 한국 사회의 미래 준비는 비전도 철학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 의회의 보고서는 우리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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