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두고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미로 속에 갇히는 것 같은 기분을 종종 느낍니다. ‘교양인’을 목적으로 하던 귀족들의 교육에서 ‘직업인’을 배출하기 위한 근대적 교육으로 바뀌는 역사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람들은 교육이 오로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것에만 그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더 높은 수준 혹은 더 유명한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 더 나은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일정 정도 보장해 주는 상황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기에 교육의 목적에 관한 이야기는 쉽게 끝이 나질 않습니다.

이처럼 교육의 근본적 존재 가치에 대한 의미도 제대로 찾지 못한 상황에서,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듣게 되는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 그리고 ‘일자리의 감소’ 등에 관한 이야기는 더더욱 교육에 대한 논의를 허탈하게 만들기 쉽습니다. 인공지능에 의해 사람의 일자리가 대체되고, 인간이 담당하던 역할은 점점 줄게 될 미래에 지금의 교육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물론 누구도 쉽게 답할 수는 없는 질문이지만, 일자리에 관한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 교육의 결과가 만들어 내는 최소한의 효과라는 점에 동의할 수 있다면 ‘컴퓨터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미래교육’의 핵심을 귀담아 들어볼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수십년 내로 사람들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기술이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를 개발하는 ‘컴퓨터 과학자’들의 시각에서 바라 본 ‘미래교육’에 관한 이야기야 말로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6월 5일자 미국의 경영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의 인터넷 판에는 ‘인공지능 경제에서 다음 세대가 직업을 준비하도록 하는 법(How to Prepare the Next Generation for Jobs in the AI Economy)’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이 글을 작성한 이들은 카네기 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는 세 사람의 교수들이 이었습니다. 강의 부교수인 데이비드 코스비(David Kosbie), 학장인 앤드류 무어(Andrew W. Moore) 그리고 ‘봉사활동을 위한 부학장’인 마크 스텔릭(Mark Stehlik)에 의해 작성된 이 글은, 현재 가장 많은 ‘인공지능’관련 인재를 배출하면서 최고의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씌어졌기에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학생들의 특질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창의성(Creativity)’, ‘적응력(Adaptability)’ 그리고 ‘대인관계기술(Interpersonal Skills)’ 로서 이들은 모두 인공지능에게는 부족한 능력들입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대부분의 반복작업에서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므로 인공지능이 쉬이 대체하지 못할 성격의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공동 작업으로 과제를 수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문에 기반한(inquiry-based) 교육이나 프로젝트 기반(project-based) 교육을 중심으로 K-8(한국식으로는 유치원에서 중학교 2학년 과정까지)과정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윤리학(Ethics)’에 대한 교육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육의 모든 과정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데 이는 인공지능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선택에 관한 문제들에 여러 종류의 편견(성별, 인종, 민족 등)들이 포함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러한 교육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바로 ‘코딩교육’ 혹은 ‘컴퓨터과학’에 대한 강조였습니다. 물론 이를 본인들의 학문 영역에 대한 강조에서 나오는 당연한 의견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근거를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딩교육은 앞으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더 잘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코딩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킬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코딩교육 무용론’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냅니다. 그래서 이들은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부터 기본적인 코딩교육을 시킬 것을 주장합니다.

한편 미국의 현실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컴퓨터 과학 교육에 있어 이미 미국은 이스라엘, 영국, 독일, 러시아 등에 시기적으로 뒤처져 있는 상태인데 트럼부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곤란한 상태에 빠져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AP(Advanced Placement, 선수강 학점, 고등학교 때 미리 대학교양과목의 학점을 딸 수 있게 해주는 제도)과목에 있어서 컴퓨터 과학은 미적분학의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미국의 주들 가운데 1/3가량이 컴퓨터 과학을 졸업학점인정 과목에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들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 K-12(고등학교까지의 미국정규교육)과정에서 ‘컴퓨터과학’의 정부교과과정안을 마련하라
  • 가장 부족한 것은 이를 가르칠 교사인데, 이는 기업과 대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수학교육의 주된 분야가 해석학(미적분)에서 통계, 확률, 이산수학 등으로 옮겨져야 한다
  •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이후로는 선택과목에 로봇공학, 컴퓨터 연관 수학, 컴퓨터 연관 예술 등을 포함시켜라
  • 프로그래밍을 가르칠 때 흥미요소를 도입해서 즐겁게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이들은 결국 빅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교육에 힘을 쏟을 것과 이러한 투자가 결국에는 큰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강조하며 글을 끝맺고 있습니다. 우리도 2018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코딩교육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나 국가적인 교육목표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다면, 단기적인 성과위주의 교육과 입시교육의 틈바구니 속에서 본래의 의도를 놓쳐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현재 새로운 정부가 추진하는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정파적인 이해를 벗어나 백년대계로서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새로운 교육전담기구 하에서 제대로 된 목표 아래 컴퓨터 과학과 코딩교육 그리고 로봇공학, 수학 등의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와 실행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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