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며칠 전 경향신문에 보도된, ‘단톡방 성희롱과 포르노가 가득찬 시대, 성교육의 해답은 이것’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기사(2016. 8. 22.)는 적잖이 충격적이면서 디지털 시대, 우리 사회 ‘성(性)’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했습니다. 이 기사에서 그려내고 있는 청소년들의 성 관련 인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설문을 통해 드러난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성에 관한 인식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적인 성교육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그릇된 성문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사례 중에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된 성에 관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주로 중년 여성들이 자주 이용한다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자녀들의 성에 관한 고민이 종종 올라옵니다. 최근에도 중학생 아이의 스마트폰을 우연히 들여다 보고 충격을 받은 한 엄마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아이의 스마트폰에서 엄마가 확인한 내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는 비정상적이거나 범죄에 가까운 성행위를 마치 당연한 사랑의 표현으로 묘사하고 있는 영상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패륜에 가까운 내용을 담은 영상도 담겨 있었고, 이러한 포르노를 친구들과 수차례 공유한 흔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영상을 아이가 지속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 글을 올린 엄마는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게시물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순식간에 달렸습니다. 댓들의 내용은 이 글을 쓴 엄마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거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조언해 주는 내용이 주로 많았습니다.

인터넷 공간에는 무수한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그 중에서 ‘성’과 관련된 콘텐츠는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포르노의 발달이 인터넷의 중흥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인터넷 곳곳에는 음란물들이 여기저기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인터넷 초창기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간단하고 쉽게 수많은 포르노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로의 이행으로 참 많은 것들이 급속히 변했지만 ‘성’과 관련된 정보와 콘텐츠들로만 보자면 디지털 이전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실로 완연히 다른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현실의 ‘성’ 문제에 접근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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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스마트폰 보급률이 매우 높은 우리 사회에서 아이들이 ‘성’에 관한 정보를 손쉽게 얻는 곳은 결국 인터넷 세상입니다. 그런데 인터넷 세상에 깔려 있는 ‘성’과 관련된 콘텐츠의 거의 대부분은 사실상 포르노가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금 시대에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포르노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여러 안전 장치를 이용해서 미성년자들의 접근을 막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에 여기저기 뚫려 있는 수많은 경로를 통해 포르노는 너무나 쉽게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옵니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인터넷은 더 이상 청정한 공간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안전 장치를 확대하고 접근을 막는 노력도 마땅히 필요하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 단톡방(단체대화방) 성폭력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대학생들이 일으킨 사건의 전조는 그들의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초등학생들의 단톡방에서는 끊임없이 성적 학대나 희롱,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서로 주고 받는 성폭력적 언어들이 만일 모두 공개된다면 아마 우리 사회는 극심한 공황상태에 빠질 것입니다. 중ㆍ고등학생들의 경우가 초등학생들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추악한 성문화는 인터넷이라는 경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네트워크에 깊숙이 들어 와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행위가 중대한 범죄라는 사실, 혹은 부도덕한 짓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이를 매우 가볍게 여깁니다. 이들이 들여다보는 인터넷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곡된 호기심과 관음을 극단적으로 자극해서 상업적 이익을 취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달려드는 왜곡된 성문화를 아무런 방비도 하지 않은 채 성문을 활짝 열어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현실의 ‘성’문제에 관한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나 선생님 세대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들과 근본적으로 결이 다른 지금 시대에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전제하는 방향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법을 아이들의 변화된 성장과정의 특성에 맞게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별로 가르쳐야 합니다.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가치 있는 것인지 우리가 멀리해야 하는 것인지, 정보선택과 활용에 관한 능력을 길러 줘야 합니다. 디지털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 타인 혹은 공동체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해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근본을 훼손하는 왜곡된 성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을 나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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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적 피임교육이나 생물학적 지식 전달에 그치는 성교육이 아니라 ‘사랑’과 ‘관계’가 중심이 되는 교육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온갖 그릇된 성문화를 감추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론을 모아내야 합니다. 은밀히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대화방을 교육의 공간으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들이 궁금해 하고 그들이 해결하고 싶어하는 문제들을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할 때, 비로소 우리 사회 성문제의 해결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설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릇된 성관념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다 결국 한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불행한 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문제를 교육의 영역에서 과감하게 다뤄야 합니다. 아이들이 자신과는 동떨어진 문제로 여기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한편에서는 아직도 성과 관련된 엄숙주의(실은 엄숙이 아니라 위선인)가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정상적인 퇴폐적 성문화가 창궐하고 있는 ‘성’에 관한 우리 사회의 이중성은 이제 극복되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층 더 어려워진 ‘성’문제에 관한 공동체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성인이라는 조건이 모든 패륜적인 행위를 허용하는 자격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성문화에 충격을 받고 그들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과연 우리 시대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떳떳한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 단톡방에서 주고받는,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들의 대부분은 우리들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들의 단톡방은 과연 안전하고 깨끗한지 들여다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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