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을 통한 디지털 시대의 극복
급작스럽게 찾아온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는 우리에게 놀라운 기술의 진보를 가져다 주었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도 만만치 않게 던져 주었습니다. 각종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네트워크의 확장 등으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계와 접속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우리는 언제든 디지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위험 사회의 문제점들은 개인정보 도용, 사생활 침해, 디지털 중독, 사이버 범죄, 폭력 등으로 우리 사회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사회로의 이행이 가져온 사회적 불평등과 소외의 문제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 남긴 한번의 실수가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립적인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가족의 유대는 점점 약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세계에 대한 접근 방식과 이해도가 다른, 세대 간의 단절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시대를 전면적으로 살아가게 될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부재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이미 다가와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이 필요합니다. 물론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이 만병의 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던져진 디지털 위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가장 좋은 방안은, ‘교육’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은 우리가 출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이 될 것입니다.
- 개인 정보와 프라이버시 침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디지털 세계에 접속해 있는 각 개인은 한 사람의 디지털 시민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정보를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보를 개인정보라고 부릅니다. 오프라인 세계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증명하고 표현하는 개인 정보는 매우 소중하고 비밀스러운 것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정보를 도용하거나 악용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 행위입니다. 개인 정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세계에서 드러나는 ‘프라이버시’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설령 어떤 한 개인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디지털 공간에서 가볍게 다뤘더라도 타인이 이를 함부로 악용해서는 안 됩니다. 어떠한 이유로든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 당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이는 민주시민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의지나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프라이버시가 타인에 의해 무분별하게 공개되고 전파되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 곳곳에 빈틈 없이 설치되어 있는 CCTV와 같은 감시도구들에 대해서도 우리는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감시사회로의 전환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수용하는 것은, 그 동안 우리가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겨우 손에 쥔 소중한 자유의 권리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몰래카메라와 같은 악질적 범죄행위에 유난히도 관대한 우리 사회의 풍습은 진정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 사회는 특히 이러한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문제에 관해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적 장치가 매우 취약한 사회입니다. 어린 아이들부터 개인정보 보호나 프라이버시 존중의 태도를 체계적으로 배워 나가야 합니다. 디지털 시민의 정체성을 스스로 보호하고 타인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 디지털 중독
디지털 중독은 디지털 세계에 정도 이상으로 몰입하여 그 위험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중독은 결국 과잉몰입과 과잉의존을 하게 되는 환경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디지털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변화시키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 기기 몰입, 게임이나 음란물 몰입과 같은 과잉사용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 디톡스(해독)’ 운동과 같은 방법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늘리고 디지털 기기로부터 거리를 두는 ‘디지털 디톡스’의 여러 방법들을 도입하여 과잉몰입으로 힘들어 하는 청소년이나 성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학습시간, 가장 긴 노동시간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과잉몰입의 문제를 온전히 ‘중독’으로 낙인찍고 몰아세우는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과잉몰입을 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해결하려는 노력 없이 ‘중독 치료’와 같은 단선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합니다. 디지털 세계의 밖에 있는 아름답고 건강한 즐거움을 찾아내고 함께 누릴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반드시 탈이 나는 세상의 이치처럼, 디지털 세상 안팎이 서로 조화를 이뤄가야만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는 원리와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배우는 것이 바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의 내용입니다.
- 사이버불링, 사이버범죄, 사이버(성)폭력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사이버괴롭힘)으로 힘들어 하다 급기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 문제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이버불링은 최근 들어 SNS의 발달로 더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주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던 것이 직장인이나 성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인간성을 극도로 파괴하는 사이버불링은 디지털 시대가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범죄입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범죄들이 디지털 시대에 일어납니다. 피싱, 파밍, 스미싱, 스피어피싱과 같은 디지털 시대의 신종 사기 범죄들이 급증했습니다. 금전적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범죄도,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소매치기, 침입강도 범죄는 현격하게 줄어드는 반면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사이버 범죄는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기 범죄 외에도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범죄는 매우 다양하며 그 수법도 기상천외합니다. 이러한 사이버범죄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계의 속성과 범죄 행각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범죄예방교육을 받듯이 사이버범죄예방에 관한 교육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어느 누구라도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줍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성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연달아 일어난 대학생 카톡방 성폭력은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보인 고통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적어도 먼저 일어난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똑 같은 사태가 연이어 일어나지는 않았으리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대학생 카톡방 성폭력 사건은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의 필요성을 가장 강력하게 웅변해주는 사례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성폭력, 성적 학대, 성범죄에 우리 사회의 지나치리만큼 미온적 대응과 이에 대한 교육의 부재는 심각한 수준에 처해 있습니다.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부터 사이버폭력, 사이버성폭력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삶의 많은 시간을 디지털 세계에서 보내야 하는 우리들이, 디지털 공간을 보다 안전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가는 일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배우는 것이 바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입니다.
- 디지털 주홍글씨
최근 우리 사회도 ‘디지털 잊힐 권리’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잊힐 권리’란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하지만 그 흔적을 온전히 지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디지털 공간에 한번 남긴 실수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디지털 주홍글씨’는 디지털 세계의 또 다른 이름의 폭력입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문제는 ‘한번 남기면 지우기 어려운’ 디지털 공간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디지털 세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흔적을 남기는 데 있습니다. 결코 타인에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 비밀스러운 정보, 이미지, 영상 등을 무분별하게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일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거나 깊이 새기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개인미디어와 SNS 사용의 급증으로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다른 문제보다 ‘디지털 주홍글씨’의 문제는 디지털 세계에 발을 딛게 되는 순간부터 철저히 교육해 나가야 합니다.
- 디지털 격차, 불평등, 소외
디지털 시대는 인류에게 편리함과 풍요를 선사해주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상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특정 계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신세계를 열어주기는 하지만, 사회 전체에 이러한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창출과 소유, 그리고 접근성의 여부에 따라 기존 사회에서도 그 간극이 커 보였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기술 소외 계층은 이렇게 벌어지는 격차를 메울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디지털 격차는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으로 드러날 것이 분명합니다. 당연히 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에 대한 교육과 접근 기회를 공정하게 부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온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이나 기회를 부여받는다 하더라도 이미 벌어진 격차를 줄이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평등 문제에 대해 사회 전체가 책임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불평등 해소를 위한 시민사회의 책임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 역시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디지털 공동체와 디지털시티즌십 교육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은 디지털 사회의 시민의식과과 자질에 대한 교육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정보, 지식, 능력, 가치, 태도, 윤리, 규범과 같은 영역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 영역들은 모두 우리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디지털 시민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분야들입니다.
디지털 공간이 폭력과 위험이 도사리는 세계에서 호혜와 상생이 공존하는 세계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자질, 즉 디지털시티즌십 함양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시티즌십은 민주주의 사회 원리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 사람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주시민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성숙한 디지털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디지털시티즌십에 대해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우리 눈앞에 이미 다가와 있는 디지털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고 디지털 위험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학교, 시민사회, 기업, 정부 등 전 사회가 디지털시티즌십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기회의 시대가 될지 나락의 시대가 될지는 결국 여기에 달려 있습니다
잘 활용하겠습니다.^^